• 아시아투데이 로고
[고려아연 사모펀드 사태] 기술 해외 유출 가능성에 전문가들 “돈 되면 다하는 사모펀드…법적 제재도 없어”

[고려아연 사모펀드 사태] 기술 해외 유출 가능성에 전문가들 “돈 되면 다하는 사모펀드…법적 제재도 없어”

기사승인 2024. 09. 29. 13:2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고려아연·영풍, 해외 유출 우려 상반된 주장
전문가 "사모펀드 손잡은 것 자체 잘못됐다"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정부 관심·법적규제必"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2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에서 대내외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해외로의 기술 유출 여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사모펀드는 돈 되면 다 하는 집단"이라며 "막상 해외로 팔려나가면 어쩔 도리가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은 국가 기술을 강탈한 기업에 대한 법적 조치가 약한 현실을 짚으면서도, 고려아연이 보유한 기술에 대한 중요성 등을 강조하며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9일 산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영풍-MBK 파트너스 사이에서 향후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했을 경우 해외로 되팔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오면서 양측은 서로 '맞다' '아니다'라는 상반된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가) 고려아연의 핵심 기술들을 매각하거나 중국 등 해외에 기술 공유를 통해 적극적인 수익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며 "MBK가 투자금 회수라는 투기적 사모펀드 속성을 고려해 향후 고려아연 배당금뿐만 아니라 핵심 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강성두 영풍 사장은 지난 27일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저와 김광일 MBK 부회장이 있는 한 회사를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 매각할 일은 절대 없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의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기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MBK에 중국 지분이 있는 것 자체가 (해외로 빠져나갈) 어떤 잠재적인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사모펀드 특성상 돈만 되면 다한다. 국가 자원이든 국가 기밀, 기술이든 그런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려아연 측을 보면 협력사와 한화 등 연대 조짐이 명확하고, 원파트너 느낌이 강하다"면서도 "사모펀드는 오합지졸 그 자체다. 그냥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풍이 사모펀드와 손 잡은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사모펀드를 동원한 건 마치 독이 든 성배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MBK가 영풍에 불리한 내용을 요구하고, 영풍이 이를 수용했을 가능성도 높다"며 "인수합병이 성공한 다음에는 그게 굉장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전문인 지민희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도 "사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사들어거나 팔 때 국가 핵심 산업 등은 신경 안 쓴다.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이 저쪽 입장에선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우려가 현실이 됐을 때 손쓸 도리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민희 변호사는 "사모펀드가 함부로 기술 유출을 못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지난해 나오긴 했는데, 아직까지 현실적으로 제재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안다"며 "그리고 사실 말이 유출이지, 기업을 사고파는 거라서 이걸로 처벌받긴 어렵다. 이 부분은 법적으로도 좀 더 촘촘하게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 역시 "과거에는 해외에서 기술자를 데려가는 등의 방식을 택했는데 요즘에는 M&A 방식으로 기술을 가져가고 있다. 특히 MBK 같은 사모펀드를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이를 규제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은 아연, 니켈 분야를 포함해 이차전지, 신재생에너지 등에서 앞서나가고 있어 경제안보 차원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기업이다. 그런데도 아직 국회의원들도 그렇고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이를 보호할 인식이 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매각에 재매각, 최소 두 차례 걸쳐지는 인수 과정에서 생길 법한 문제도 언급했다. 권재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MBK에서 사들이고, 이후 매각을 하면 또 한번 경영권이 넘어가게 된다. 경영권이 최소한 2번 바뀌는 것"이라며 "경영과 고용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제 아무리 MBK 측에서 고용을 유지하겠다 하더라도 나중에 한번 더 팔려서 다른 기업이 고용을 어떻게 할진 또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또 이번 사태가 다른 우량 기업에게도 위기의식을 느끼게 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세계적인 시장 점유율 1위를 갖고 있는 고려아연이 사모펀드로 넘어간다면 고려아연처럼 탄탄한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 기업들도 안심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정부에 이차전지 소재인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정을 신청했다. 해당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판정될 경우, 정부는 경제안보상 이유로 외국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을 승인할 권한을 갖게 된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