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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재해’ 34년 뒤 장질환으로 사망…法 “인과관계 부족”

‘업무상 재해’ 34년 뒤 장질환으로 사망…法 “인과관계 부족”

기사승인 2024. 09.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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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업무상 재해…투병 중 '장질환' 사망
유족급여 신청…근로복지공단 '부지급' 결정
유족 "합병증으로 발병"…法 "관련성 없어" 기각
서울행정법원2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박성일 기자
업무상 재해를 입고 34년 뒤 장질환으로 사망한 근로자에 대해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업무상 재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유족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을 원고 패소로 최근 판결했다.

A씨의 배우자 B씨는 1986년 업무상 재해로 하반신 마비, 방광 결석 등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았다. 2013년에는 이전에 광부로 일한 이력으로 폐결핵 등의 진단도 받았다.

34년간 투병을 지속하던 B씨는 2020년 9월 '독성 거대결장'으로 숨을 거뒀다. A씨는 고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 질병 및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볼 수 없다"며 부지급으로 결정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B씨가 와상생활을 하면서 심신이 쇠약해지고 면역력이 저하됐다"며 "기존 업무상 재해 질병과 합병증으로 인해 만성통증과 만성변비 등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와상생활로 생긴 마비성 장폐색, 변비가 원인이 돼 독성 거대결장이 생긴 것으로 추정됨'이라고 적힌 주치의 소견서를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재해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법원 감정의는 기존 업무상 재해가 독성 거대결장의 직접적 발생 원인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또 독성 거대결장은 염증성 장질환이나 감염에 의해 발생할 수 있고, 오랜 와상생활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 감정의가 '진통제 복용이 요인이 될 수 있단 보고가 있다'는 소견을 밝힌 것에 대해선 "이는 통상적·이론적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며 "구체적 근거나 상당 인과관계를 제시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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