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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특법 논란] 돌팔이 잡는 ‘보특법’ 족쇄… PA간호사·의사 범법자될 판

[보특법 논란] 돌팔이 잡는 ‘보특법’ 족쇄… PA간호사·의사 범법자될 판

기사승인 2024. 05. 0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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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 대처할 'PA간호사 법제화'
국회 통과 앞뒀지만 의료계 반발 거세
보특법 적용땐 의사도 '범법자' 위험성
경쟁병원 공격 수단으로 악용 여지도
국립암센터, PA간호사 의존도 94.3%
전문가 "전담간호사 등 입법보완 필요"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2월 23일 협회 서울연수원에서 '의료파업에 따른 현장 간호사 업무가중 관련 1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협회가 같은 달 20일 개설한 '의료공백 위기대응 현장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에 접수된 154건의 신고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제공=대한간호협회
의료대란 후 병원을 떠난 전공의를 대신해 의료현장을 지키며 의료공백 최소화에 기여해 온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간호법'이 이르면 이달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에 대한 법적 안정성 부여는 의료현장의 인력난 해소나 의료현장의 안정적 운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여야 합의 국회 통과 수순…의협 강력 반발

6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PA간호사 합법화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시도돼 왔다. PA간호사가 의사를 보조해 수술 보조·검사시술 보조·검체 의뢰·응급상황 보조 등 주요 업무를 수행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탓에 당사자는 물론 고용주(의사)까지 범법자로 내몰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간호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폐기됐다. 당시 법안 내용 중 간호사의 활동 영역을 지역사회로 표기한 게 논란이 돼 의사단체의 강력한 저항을 초래했다. 하지만 여야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다가 보건복지부(복지부)가 수정의견을 더한 이번 정부안에는 지역사회 대신 간호사 업무 장소를 병원·보건소·학교·환자 집 등으로 구체화해 논란을 없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의료대란으로 PA간호사의 필요성이 확인된 데다 이번 간호법에서는 논란이 됐던 '지역사회'를 삭제해 의사단체의 반대 명분도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복지부도 이르면 이달 내에 PA 제도화 등이 포함된 간호법이 국회에서 제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의대정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극한 대립 중인 대한의사협회가 "직역 침해의 문제가 있어 유관 단체 공동 대응할 것"이라며 "전문가 논의를 거쳐야 하고 정부의 일방 추진엔 절대 반대한다"고 반대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돌팔이 잡는 '보특법'…의사·PA간호사 잡아

정부는 지난 2월 27일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통해 PA간호사가 실질적으로 의사 업무를 일부 대신할 수 있도록 길을 텄다. 이에 따라 PA간호사는 대법원 판례를 통해 간호사에게 명시적으로 금지된 행위(사망진단·프로포폴에 의한 수면 마취 등)를 제외한 수술 부위 봉합과 매듭, 동맥·정맥의 결찰을 비롯한 위험한 수술의 보조행위, 고주파 온열치료, 체외 충격파 시술 등의 치료 및 처치를 할 수 있게 됐다.

불법 논란을 우회한 셈이지만 PA간호사와 이를 활용한 의사들마저 면허정지처분까지 받을 수 있는 현실은 여전하다. 지난 1969년 제정된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보특법)' 때문이다. 보특법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는 돌팔이 의사·한의사 처벌을 위한 것으로, '부정의료업자'에 대해 2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고 벌금형을 병과토록 규정하고 있다. 보특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면 죄의 경중에 상관없이 징역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다.

◇PA간호사 활용 불가피…보특법 악용 우려도

실제 사법당국의 법적용은 의료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어깨 회전근개 염증 환자에게 체외충격파 시술을 한 간호사와 이를 지시한 의사에게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복지부 지침상으로는 PA간호사의 근골격계 체외충격파 시술은 의료지원 행위로 문제없다.

PA간호사의 일상적 수술이나 처치 등의 의료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당사자는 물론 병원장과 업무를 위임한 의사까지도 보특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특법이 경쟁병원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특히 해당 의사가 보특법으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을 경우 의료법상 면허 결격 사유에 해당해 의사면허 취소도 가능하다. 한 의료인은 "의사가 주도하는 진료·수술 행위에 PA간호사·간호조무사가 보조적 역할로 참여하는 경우까지 부정의료업자라 보고 보특법을 적용하는 것은 법 제정 취지와 목적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전국적으로 1만여 명. 지난 2019년 기준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암센터에서 진행한 수술의 27.2%, 94.3%에 PA간호사가 참여했을 만큼 PA간호사 의존도는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률적인 보특법 적용보다는 사안의 경중 등을 따져 의료법 위반(무면허 의료행위)을 적용하는 등 탄력적인 법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의료계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차제에 외국처럼 전담간호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은 지난 1995년부터 특정 간호 분야에서 수준 높은 간호 실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정간호사제도'를 운영 중이다. 미국·영국·캐나다 등에서는 별도 면허가 있는 직역으로 규정돼 있다. 한 의료인은 "정부가 새로운 제도 시행을 위해 시범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보건의료법 44조를 근거로 PA간호사에 대한 법적 보호를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사법 판단은 달랐던 만큼 PA간호사를 제도화하는 작업과 함께 간호사의 진료행위를 의료법에 명시하는 등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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