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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닌 아시아 경쟁국으로’ 두뇌유출 고심하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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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영 기자

승인 : 2017. 10. 17. 16:42

GERMANY HUAWEI MATE 10 LAUNCH <YONHAP NO-5515> (EPA)
리차드 위 화웨이 CEO가 지난달 16일 독일 뮌헨에서 자사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10 공식 출시를 발표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EPA, 연합)
고연봉을 받는 일본의 ‘두뇌’ 1000여명이 40여년 간 한국·중국 등 아시아 경쟁국으로 이직하면서 일본 정부가 인재유출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16일, 1976년부터 2015년 봄까지 존재했던 이직 사례들을 추적한 결과 히타치제작소·파나소닉 등 일본 주요 대기업 8사 출신을 포함해 일본 기술인력 490명이 한국, 196명은 중국 그리고 350명은 대만·태국 등 기타 아시아 경쟁국으로 떠났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 연구를 이끈 일본 문부과학성 주임연구원 후지와라 아야노는 지난 40여년동안 “뛰어난 기술을 지닌 직원들이 (일본을) 떠났다”고 지적했다. 1000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기업들이 선호하는 특허 기술을 따낸 기술자들로, 일본에서도 ‘톱클래스’에 속한다고 후지와라는 설명했다.

일본 기술자들의 한국·중국행 엑소더스는 2000년대부터 급속도로 늘어났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1990년대 후반 정보통신(IT)·인터넷 분야 주식시장이 급격히 성장해 생긴 거품 경제 현상 ‘닷컴 버블’이 꺼지고 2008년 리만 쇼크가 발생하자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파산하거나 직원수를 반으로 감축했다. 이 과정에서 직장을 잃은 일본 반도체 기술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바다를 건넜다. 현재 중국 전자회사에 소속된 한 일본인 기술자는 “2000년대 중반 중국에 있는 일본인 기술자만 수천명에 달했다”고 증언했다. 이번 연구에서 판명된 기술자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46세 일본인 A씨는 일본 모 기업에서 전자 부품 개발팀을 이끌다 2005년 한 헤드헌팅 회사로부터 삼성그룹 스카웃 제안을 받았다. 기존 연봉보다 30% 높고 단독부임이어도 방이 3개 딸린 아파트를 제공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이 따라왔다. 2012년 퇴사한 이후에도 삼성의 네임밸류로 쉽게 이직해 현재 한국 안산시의 한 스마트폰용 전자부품 메이커 공장에서 제품의 품질 개선을 지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도 도시바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또 다른 40대 일본인 엔지니어 B씨도 헤드헌터를 통해 중국 기업 입사를 제안을 받았다. 헤드헌터는 “연봉은 약 연 3000만엔(약 3억 2000만원)이고 공장이 새로 열면 상여금으로 5000만엔(약 5억 4500만원)도 주겠다”며 “3년동안 중국에서 일하면 돈을 충분히 벌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에 맞서 일본 정부는 두뇌 유출에 대해 눈에 쌍심지를 켜고 감시하고 있다. 경쟁국 등으로 이직하는 엔지니어들이 일본의 고급 기술을 유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탄소섬유 및 정밀공작기계 등 다방면에 걸쳐 수준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정부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초부터 국가 안보에 관련된 자국의 고급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는 법을 개정하기 위해 움직여왔다. 이전에 일본 정부는 탄소섬유나 반도체 등 군사적 이용 가능성이 있는 고급 기술을 허가없이 외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개인이나 법인을 불문하고 500만~1000만엔(약 5000만~1억 100만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해왔다. 여기에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에 관련된 기술을 개인·법인이 유출하는 경우 벌금을 큰 폭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했다. 또한 소총 및 지뢰 등 일반 재래식 무기에 관련된 기술을 유출할 경우에도 벌금을 크게 늘리는 방향으로 노력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은 이번 달에 국가 안보에 관련된 자국의 고급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는 법을 새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일본 기업이 인수합병돼 중요한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있으면 해당 해외 기업이나 투자자에게 주식 매각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일본은 국내의 주요 기술을 해외에 유출하는 엔지니어들을 처벌하는 법도 활용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인 오늘날 아시아 및 기타 국가 모든 산업분야에서 IT 업계 기술자들에 대한 수요는 높다. 이에 대해 엔지니어들과 기업들을 중개해주는 기업 ‘메이텍 넥스트’의 카와베 마사노리 회장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독일의 구글·보스크 등 서양 국가로의 인재 유출은 일본의 미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카미 슌스케 도쿄 헤드헌팅기업 ‘지니어스’ 회장은 “일본에서 엔지니어들은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다”며 “엔지니어들의 연봉을 인상해주는 등 대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매체는 감시 강화만으로 국익을 지키려는 것은 시대에 뒤쳐지는 해결책이라고 경고했다.
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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