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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택 울산지검장, 국회의원 전원에 ‘검찰개혁 건의문’ 담은 이메일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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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 기자

승인 : 2019. 05. 27. 07:04

"개혁의 대상과 방향을 잃어버린 전혀 엉뚱한 처방"
9가지 검찰개혁 방안 건의
송인택 울산지검장
송인택 울산지검장/울산지검 홈페이지
송인택 울산지검장(56·사법연수원 21기)이 현재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 방안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검찰개혁 방안을 담은 장문의 서신을 이메일을 통해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냈다.

해당 글에서 송 지검장은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의 원인이 된 공안·특수 수사에 대한 개혁은 도외시한 채 검사제도 자체에 칼을 대는 현재의 개정 논의는 ‘개혁의 대상과 방향을 잃어버린 전혀 엉뚱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제한 없는 수사 개시·종결권을 부여하는 개정안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송 지검장은 26일 오후 국회의원 전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검찰개혁 방안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담은 서신을 보냈다. 특히 그는 이메일에 첨부된 A4용지 14장 분량의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개혁 건의문’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통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검찰개혁의 방향이 완전히 잘못됐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9가지 검찰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송 지검장은 편지를 보낸 이유에 대해 “검찰개혁이 환부가 어디인지,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진단하여 올바른 처방이 되기를 기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검찰개혁안은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검찰이 개혁의 대상으로 내몰린 원인과 대안에 대하여 검사로서의 제 근무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말씀드리고자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검사들은 이번에 추진되는 검찰개혁에 큰 기대를 하였으나, 지금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된 검찰개혁 방안들에 대하여, 환부가 아닌 엉뚱한 곳에 손을 대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정치권력에 기우는 수사를 하고 있다는 중립성 논란과 공정성 시비 등에서 시작된 개혁논의가 방향성을 잃고 수사권 조정이라는 밥그릇 싸움인양 흘러가고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자리보전에 급급하여 수사구조에 대한 국가시스템이 어떻게 개혁되어져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차치하고라도 무엇이 문제였는지에 대하여 국민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님들께 솔직하게 말씀드리지 못한다면 비겁한 검사로 평생을 후회하며 살아야 할 짐으로 남을 것이기에 결례를 무릅쓰고 글을 올린다”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검사제도 자체가 악은 아냐…개혁의 대상 잘못 짚었다

송 지검장은 의원들에게 보낸 건의문에서 “검찰개혁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가 공안, 특수, 형사, 공판 중 어느 분야의 수사에서 생겼는지, 검찰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초래하는 잘못된 사건처리를 가능하게 한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검찰의 진지한 반성 위에서 충분한 논의 절차를 거치고, 국민의 불편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국민이 억울함을 당하지 않는 방향으로, 권력에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 질 수 있는 방향으로 수사구조와 검찰에 대한 개혁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법안들은 애초의 개혁 논의를 촉발시킨, 수술이 필요한 공안과 특수 분야의 검찰수사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는 덮어버리고, 멀쩡하게 기능하고 있는 일반 국민들과 직결된 검사제도 자체에 칼을 대는 전혀 엉뚱한 처방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제도 자체가 악은 아니다”며 “검사제도의 근간인 수사지휘제도와 영장통제제도, 검사에 의한 수사종결제도 때문에 검찰수사가 공정성과 중립성이 지켜지지 않는 것일까? 검사의 권한이 크고, 그게 문제여서 이를 경찰 등에게 나누어주면 대한민국에서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저절로 확보될까?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의 형사사건 수사가 왜곡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수사를 초래하는 공안과 특수 분야의 보고체계와 의사결정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정치권력의 마음에 들지 않는 수사를 하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작금의 개혁안들이 마치 그동안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인 것처럼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거래 대상으로 전락한 ‘수사구조 개혁’…“개혁이 아니라 개악(改惡)”

송 지검장은 현재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방안을 담은 법안들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것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부합하도록 논의되어야 할 수사구조 개혁이 엉뚱한 선거제도와 연계시킨 정치적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되어, 무엇을 빼앗아 누구에게 줄 것인지로 흘러가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으며 “지금 정치권에서 수사권 조정이라는 명분으로 논의 중인 법안들은 경찰에게는 마음껏 수사를 할 수 있다가 언제든지 덮을 수 있어서 좋고, 변호사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어 돈을 벌 기회가 늘어서 좋다고 반기는 내용들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송 지검장은 현재 패스스트랙에 올려진 개정 법안의 내용들은 경찰에게 통제받지 않는 권한을 부여하는 ‘개악’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형사분쟁에 있어서 경찰이 수사권 발동에 아무런 제약없이 언제든지 수사를 개시하고, 계좌와 통신과 주거를 마음껏 뒤지고, 뭔가를 찾을 때까지 몇 년이라도 계속 수사하고, 증거가 없이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거나 아니면 언제든지 덮어버려도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경찰이든 검사든 국민에 대한 수사는 마음껏 할 수 있게 허용해서는 안 되며, 까다로운 절차와 엄격한 통제 속에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검사보다 경찰이 더 공정하게 수사한다는 말 들어본 적 없어…검사들의 문제 제기 귀 기울여야

송 지검장은 정부가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선 검사들의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특히 국민들의 실생활과 직결되는 수사구조 개혁을 추진함에 있어 ‘일단 시행해 보고 나중에 고치자’는 식의 발상은 절대 금물이며, 검사들의 개인적 경험과 문제 제기가 개혁 방안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범한 국민들 간의 분쟁사건 수사에 있어서 검사가 최종 책임을 지는 수사종결제도와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수사지휘제도 때문에 검찰수사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벌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치적 영향이 큰 공안사건이나 특수사건 수사가 아닌 일반 형사사건에서 검사가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고, 최종 수사 결론을 내리는 현행 제도가 공정성 시비의 원인으로 거론된 적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검사가 책임지고 최종 결론을 내기 때문에 경찰 수사단계에서 소위 빽이 통하는 일도 적어지고,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검사보다 경찰이 더 공정하게 수사하고 검사보다 경찰이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진실규명에 더 부합하는 결정을 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송 지검장은 수사권 조정을 담은 검찰개혁안을 추진함에 있어 검사들의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검찰개혁안들이 국민에게는 불편과 불안을 가중시키고, 비용은 늘어나게 하며, 수사기관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제도의 잘못으로 인하여 진실과 다르거나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지에 대하여 정치논리를 떠나 진지하게 검토되었는지 의문”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만일 그런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처럼 모든 검사를 적폐와 개혁의 대상인 것처럼 취급하며 검사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한 채 추진되고 있는 개혁안들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지검장은 “법과 제도를 설계할 때 절대 금물은 일단 시행해 보았다가 문제가 드러나면 그 때 가서 고친다거나, 부작용이 적기 때문에 감수하고 간다는 태도”라며 “그런 점에서 검사들의 개인적 경험과 문제를 제기하는 구체적 사례는 매우 소중하고 반드시 반영해야할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송 지검장은 바람직한 개혁은 오히려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를 강화하고, 수사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승진을 위해 무고한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어 보도자료만 배포하려는 수사, 유죄를 받아내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아니면 말고식 떠넘기기 수사, 범죄혐의에 대한 증거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범죄혐의 자체를 발굴하기 위해 수사단서가 나올 때까지 압수수색과 별건수사를 계속하는 수사의 폐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그와 같은 경찰 수사에 대한 정당한 사법통제를 강화하고, 수사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하명수사’와 인사권을 무기로 한 정치권의 수사 개입

송 지검장은 검찰개혁 논의의 시발점은 과연 어떤 수사 때문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이 벌어졌는지, 검찰이 권력의 충견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것인 지가 돼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가장 큰 원인으로 정치권의 이른바 ‘하명수사’를 꼽았다.

그는 “저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전 정권 사람들이나 미운 사람들을 쳐내고 손보려는 소위 하명사건, 정치권에서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사법으로 끌고 들어와 진실보다는 진영논리에 갇혀 사법기관들을 비난하고 국민을 선동하는데 이용하는 사건들에 대한 잘못된 수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인 저 조차도 일반 국민의 삶과는 무관한 정치권이 가장 관심 갖고 싸우는 분야인 공안사건과 특수사건 수사에서 그동안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누구에게는 신속하고 가능하면 되는 쪽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누구에게는 가급적 천천히 가급적 안 되는 쪽으로 사건을 처리한 예가 없지 않다고 믿고 있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또 그는 “때로는 증거확보의 어려움을 알아주지 않는 억울한 비판도 있겠지만, 특검에서 뒤집힌 사건, 과거사위원회에서 문제된 사건 등 국민들이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이라고 지적하는 문제에 대하여 검찰은 진솔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러한 비판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제대로 된 개혁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송 지검장은 이 같은 폐습이 관행적으로 반복되는 이유가 검찰이나 검사 개인의 인성 문제라기보다는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사들의 인사권을 갖고 있고, 주요 사건 수사의 진행상황이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을 거쳐 청와대에 보고되는 현행 시스템 하에서는 사실상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진심으로 개혁을 원한다면, 검사들의 인성을 비난하며 모든 검사가 선비가 될 것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런 인간 본성을 전제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가장 욕을 먹고 개혁의 도마에 오르게 한 정치적 사건이나 하명사건 수사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말씀드려 보겠다”고 말했다.

송 지검장은 “국민은 물론 심지어 검사들 중에서도 연륜이 짧거나 중요사건 수사에 참여해 본 경험이 없는 검사들은 정치적 사건 등에 있어서 검사의 수사가 검찰청법 제4조의 규정대로 주임검사의 책임으로 단독으로 진행되거나 검찰청법 제21조에서 규정한 검사장의 책임 하에만 진행되는 줄로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특수나 공안 사건 중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는 주요사건에서 수사의 개시와 진행 및 종결에 대한 결정이 주임검사 단독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없다”며 “부장검사와 차장검사 및 검사장의 결재를 거쳐서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대검의 사전지휘를 받게 되어 있고, 압수수색 영장의 청구나 사람의 소환은 물론 수사에 착수할 것인지 여부도 대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더 나아가 그러한 사건에서 대검은 일선의 수사상황을 법무부에 보고하고, 법무부는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에 보고한다”며 “우리나라 정치권력은 사법의 영역에 있어서조차 국민의 기대와 달리 내 편인가 아닌가를 구분하고, 내 편에 불리한 수사나 재판을 하면 적으로 간주하고 인사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당연시한다”고 꼬집었다.

송 지검장은 “현재와 같은 검찰 수사의 의사결정시스템과 보고시스템 아래에서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에 터 잡아 추진해야만 검찰개혁은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권에 빚진 검찰총장부터 문제…법무부장관·민정수석 수사보고 제한돼야

송 지검장은 사정라인의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 그리고 민정수석이 현행 제도 하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정수석은 권력의 핵심이고, 법무부장관은 기본적으로 정권에 의해 발탁되며, 언제든지 해임될 수 있는, 정권에 충성해야만 자리를 보전하는 자리”라며 “법무부장관에게 수사진행과정과 처리예정사항을 왜 일일이 사전보고를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만일 꼭 그렇게 해야 할 사건이 있다면 그것은 어느 정도로 한정할 것인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며, 민정수석실에서 사전보고를 받을 사항이 굳이 있다면 무엇으로 정할 것인지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송 지검장은 “검찰총장 후보들이 거론될 시점이 되면 누구누구는 충성맹세를 했다는 소문이 돌곤 한다”며 “총장의 임면이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태생적으로 검찰내부의 신망과 국민으로부터 존경 받는 분이어서라기 보다는, 좋게 말하면 코드에 맞는 분, 나쁘게 의심하면 정권에 충성서약을 했다고 인정하는 분은 없을 테니 최소한 정권에 빚을 진 사람이 검찰총장이 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에 빚을 진 검찰총장이 임명권자의 이해와 충돌되는 사건을 지휘함에 있어서 100%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바람대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지휘할 수 있겠는가?”라며 “세상에 공짜는 없고 빚을 지면 갚아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표만 의식해 경찰의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환부에 대한 정확한 진단 있어


송 지검장은 “특검에서 결정이 번복되거나 과거사위원회에서 문제되고 있는 대부분 사건들이 모두 대검의 지휘를 받은 특수·공안 사건들인데, 이런 문제에 대한 아무런 개혁방안도 없이 마치 검사의 직접수사와 검사제도 자체가 문제였던 것처럼 개혁의 방향이 변절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접수사권 폐지하고, 수사지휘권 폐지하고, 수사권을 어떻게 떼어줄 것인가로 개혁논의가 옮겨간 것은 개혁의 대상과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라 아니할 수 없고, 표만 의식해서 경찰의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이는 세월호 사건 때 재발방지를 위한 개혁이라고 해경을 해체한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송 지검장은 환부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권 경험을 가진 여야 정치권을 포함하여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법안들을 검찰개혁으로 추진하는 모든 분들은 진정한 검찰개혁을 바라는 모든 국민께 다음 두 가지를 분명하게 납득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검찰개혁안이 환부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 기초한 환부에 대한 수술인지, 그리고 그 제도가 도입되기만 하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은 저절로 확보될 것인지”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환부가 아닌 엉뚱하게도 멀쩡한 다른 부분을 수술하는 것이라는 비판에 귀를 닫고 검사들조차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밀어붙인다면, 집권 시 정권의 칼로 검찰을 계속 활용하고 싶은 여야 정치권의 속마음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검찰의 이해와 통제받지 않고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경찰의 이해가 서로 맞아떨어진 위선이거나, 평소 검찰에 대하여 갖고 있던 불편한 감정을 풀기 위한 정치권의 보복으로 비쳐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9가지 검찰개혁 방안 건의

송 지검장은 건의문 말미에 자신이 생각하는 9가지 검찰개혁 방안을 건의했다.

그는 “저는 비록 공안·특수의 요직을 거친 검사는 아닙니다만, 검찰에서 24년 넘게 근무한 검사장으로서 검사로서의 근무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한 심정에서 몇 가지 건의를 드리고자 한다”며 다음과 같은 9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1. 검찰총장 임면절차의 개선

검사가 현직에서 총장으로 승진하는 구조를 개선해, 현직검사가 아닌 사람 중에서 국회의 동의를 거쳐 임명되도록 함으로써 총장을 바라보는 고검장들이나 정치권력과 관계되는 수사를 가장 많이 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여건을 마련해 줄 것.

2. 검찰총장의 제왕적 지휘권 제한

검찰총장이 대검 참모를 내세워 아무런 근거도 남기지 않고 지휘하는 비민주적 의사결정 관행을 폐지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을 대폭 축소할 것. 지휘권을 발동할 경우에도 반드시 문서로 직접하고 참모에게 위임하지 못하게 할 것. 또 그 서면지휘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할 것.

3. 수사에 관한 현행 보고 시스템 개선

법무부나 청와대 소속 직원이 사전에 보고를 받도록 허용되지 않은 수사 사항에 대해 보고를 받은 것이 밝혀지면 지위나 보직에 불문하고 보고를 받은 사람은 물론 보고를 한 사람까지 형사처벌하는 규정 도입.

4. 정치적 사건을 검찰이 특검에 회부할 수 있는 제도 마련

특별검사제도와 상설특검제도 도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력이나 시민단체는 검찰을 비난하면서도 고소·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함으로ㅆ 검찰이 정치적 분쟁의 하수구로 전락되는 원인이 되고 있음. 일정 수 이상의 검사장들이나 평검사 대표들이 특검으로의 회부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

5. 검사의 수사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 도입

현행 시스템상 재판 결과는 몇 년이 지나야 확정되는데 인사는 1년마다 있다 보니 수사 결과에 책임지지 않을 수 있어, 권력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유발하고 있음. 부당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수사가 벌어진 경우 그 검사를 문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도입돼야.

6. 청와대·국회·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검사 파견 없애야

실질적 파견금지를 위해서는 이들 기관에 근무한 사람은 아예 검사로 복귀하지 못하도록 해야 검찰과 정치권력과의 유착을 막을 수 있음.

7. 공안통·특수통 출신 검사들의 검사장 비율 제한해야

지금처럼 공안기획이나 특수 분야 출신 검사를 우대하는 인사제도 하에서는 잘나가는 간부에게 잘 보이게 함으로써 결국 검사들을 말 잘 듣는 검사로 길들이고 있음. 공안기획이나 특수 분야 출신 검사장 수를 일정비율 이하로 제한할 필요가 있음.

8. 정치적 사건 내지 하명사건 수사는 경찰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해야

검찰의 불신을 야기해 온 이들 사건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주도하도록 변경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음.

9. 검사 인사를 독립된 외부기관에 맡겨야

정치권력이 검사 인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도록 검찰이나 법무부 밖에 독립적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실질적인 인사가 이뤄지도록 검사인사제도가 개선돼야.

◇검사도 알 수 없는 구속기준…법원 영장제도 개선돼야

송 지검장은 마지막으로 현행 영장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그는 “진실을 규명하려면 진실규명에 꼭 필요한 자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국민적 관심사건이 된 당사자들은 잃을 것이 많고 힘도 세므로 스스로 자료제출을 하지 않고, 참고인조차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므로 결국 압수수색과 통신 및 금융계좌 추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판사들 중에는 진실규명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한 영장도 구속영장에 대한 재판처럼 범죄사실의 입증부터 먼저 소명하라고 기각하는 분들이 많다”며 “이는 범죄혐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핵심자료를 보자는 압수수색 영장 등에 대하여 혐의부터 입증하라는 것이어서 선후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지검장은 “그 결과 수사기관 인지사건도 아닌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까지 그들에게 입증책임을 전가시키는 결과가 되어, 임의수사로 확보한 자료만으로는 진실규명이 안되므로 증거부족을 이유로 피의자에게 면죄부를 줄 수밖에 없게 된다”고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검사조차도 구속기준 자체를 알 수 없는 것이 오늘날 영장재판의 현실임을 알아야 한다”며 “차제에 법원의 영장기각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그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결정하게 하여 영장재판에 대한 합리적 국민통제 제도를 도입해 주시기를 건의 드린다”며 장문의 건의문을 끝맺었다.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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