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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소극장 학전 이끈 김민기 별세…향년 7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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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4. 07. 22. 10:46

가수 시절 대표곡 '아침이슬'·'상록수', 저항정신 상징
[학전]김민기 대표 (1)
학전 김민기 대표. /학전
라이브 콘서트 문화의 성지이자 스타 산실인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30여년간 운영하며 수많은 예술인들을 배출시킨 가수 김민기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22일 공연예술계에 따르면 김민기는 전날 지병인 위암 증세가 악화해 세상을 떠났다. 김민기는 1951년 전북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경기중·고등학교를 다닐 당시 미술에 몰두했으나 1969년 서울대 회화과에 입학한 뒤 붓을 놓고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고등학교 동창 김영세와 포크송 듀오 '도비두'로 활동했다. 1970년 명동 '청개구리의 집'에서 공연을 열며 '아침이슬'을 작곡했다.

양희은이 노래한 '아침이슬'은 대학생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갔다. 1987년 민주항쟁 당시 광장에 모인 군중들은 '아침이슬'을 부르며 저항정신을 되새겼다. 고인의 가수 생활은 외압에 맞선 저항의 역사였다. 1971년 발표한 데뷔 음반 '김민기'는 출반 직후 압수당했고 '꽃 피우는 아이', '늙은 군인의 노래', '상록수' 등 그의 노래들은 줄줄이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봉제 공장과 탄광에서 일하면서도 노래로 생각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1977년 봉제 공장에서 일하며 '상록수'를 작곡해 발표했다. 1984년에는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결성해 프로젝트 음반을 발매했다.
고인은 1973년 김지하 희곡 '금관의 예수'와 이듬해 마당극 '아구' 제작에 참여했다. 1978년 노래극 '공장의 불빛'을 시작으로 1983년 연극 '멈춰선 저 상여는 상주도 없다더냐' 등을 연출했다. 1991년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개관한 뒤로는 공연을 연출하며 스타들을 배출했다. 고(故) 김광석은 학전이 배출한 최고 스타였다. 윤도현, 나윤선, 정재일 등도 학전 출신이다.

[학전]김민기 대표 (3)
학전 김민기 대표./학전
1994년 초연한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한국 뮤지컬 역사에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김민기는 독일 원작을 한국 정서에 맞게 번안해 2023년까지 8000회 이상 공연을 올리며 7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고인은 2008년 '지하철 1호선'의 4000번째 공연을 올렸을 당시를 학전 역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순간으로 꼽았다.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린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를 배출하기도 했다.

재정난에 시달리면서도 뮤지컬 '의형제'(2000), '개똥이'(2006)와 어린이극 '우리는 친구다'(2004), '고추장 떡볶이'(2008) 등을 선보였다. 2024년 3월 15일 학전이 개관 33주년만에 문을 닫으며 마지막으로 연출한 작품은 '고추장 떡볶이'가 됐다. '의형제'로 2001년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분 대상과 연출상을 받았다. '지하철 1호선'으로 한국과 독일 문화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독일 정부로부터 괴테 메달을 수상했다.

유족으로 배우자 이미영 씨와 슬하 2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24일 발인 예정이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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