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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북한 공습 대비 을지연습 연계 민방위 훈련 참가해보니…“전시 대비 훈련 경험 자체가 큰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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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민방위 훈련 실시…곳곳 안내요원 배치
일부 시민들, 대피 장소 몰라 불안해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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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공습대비 민방위 훈련에서 청사 공무원들이 안내 요원들의 대피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대피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한상욱 인턴기자.
"훈련 상황입니다. 을지 연습과 연계한 정부서울청사 민방위 훈련을 실시합니다. 북한 공습 상황에 대비한 민방위 대피 훈련입니다."

조정형 정부청사관리본부 관리과 팀장의 안내에 따라 22일 오후 2시께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직원들이 본관 지하로 대피했다. 안전모를 쓴 직원들은 100여 명의 민방위 안전요원의 안내를 따라 19층부터 지하까지 차례로 계단을 내려왔다. 계단을 내려 오던 2200여명의 직원은 질서정연한 모습이었다. 민방위 훈련에 참여한 정준호씨(39)는 "실전같은 훈련을 해보니까 전시에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며 "이렇게 대피훈련을 경험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계단을 따라 내려온 정부서울청사 직원들은 지하 2층에 마련된 안전교육장에 도착했다. 육군 제56사단과 종로소방서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진행한 이번 민방위 훈련에서 직원들은 △화생방 장비 실습 △부싯돌 등 비상 용품 사용 실습 △매기법 사용 요령 △심폐소생술 실습 등을 진행했다.

민방위 훈련에서 심폐소생술(CPR) 연습을 담당했던 종로소방서 소속 한 소방관은 "심폐소생술은 초기에 대처가 중요해 '4분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만큼, 갑작스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민방위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무척 중요한 교육"이라며 "오늘 20분간 훈련에서 많은 분들이 심폐소생술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셔서 감사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전국 동시 민방위 훈련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같은 공습 상황을 대비해 진행됐다. 민방위 대피소는 아파트 지하, 지하철역, 지하상가 등 전국 1만7000여곳이 지정됐다. 서울의 중심인 세종대로 사거리~숭례문 교차로(1.2㎞)와 서울의 서부(구파발 사거리~박석고개(1.5㎞))와 동부(도봉산역~도봉역교차로(1.5㎞)) 최북단 일대의 도로는 5분간 통제되는 훈련이 진행되기도 했다. 교통경찰관과 기동대가 주요 사거리와 길목 지점에서 교통을 통제했으며, 세종대로 구간에는 경찰과 구청 직원, 민방위대장, 봉사단체가 훈련 참여를 도왔다.

인근의 서울시청에서도 같은 시각 싸이렌이 울렸다. 약 7000명의 공무원들은 지정된 대피시설과 인근 지하시설로 빠르게 이동했다. 서울광장 앞 본청에 있던 직원들은 지하 1층 시민청과 지하 2층 바스락홀, 구내식당으로 분산됐다. 서소문동에 있는 1·2청사에 근무하던 직원들은 시청역 9·11·12번 출구로 대피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본청 6층 집무실에서 공습경보 방송을 청취한 후 비상계단을 이용해 지하 3층 충무기밀실로 자리했다. 공습경보가 울린 지 2분만이다. 이후 오 시장은 김명오 시 비상기획관을 통해 대피현황을 보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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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성동구 신금역 1번 출구에서 안내요원 지시에 따라 시민들이 대피소로 이동하고 있다. /송보정 인턴기자
서울 성동구 신금호역은 역사 출구 앞에서 4명의 안내요원들이 역사 내 대피소로 이동을 지시했다. 안내 요원들은 시민들을 향해 "민방위 훈련 중입니다. 역사 안으로 대피하세요"라며 지하철 역사로 신속히 이동하라고 연신 손짓했다. 훈련에 동참했던 금호2·3가 통장을 비롯해 주민들과 민방위 훈련이 실시되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던 시민들은 안내요원의 설명에 대피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신금호역은 서울 지하철역 중에서도 유일하게 북한의 핵 미사일의 후폭풍을 버틸 수 있는 방호력을 갖춘 방폭문이 설치된 역사다. 서울에서 가장 안전한 지하철역 근처에 살지만, 그 역이 얼마나 안전한지 주민들은 잘 모르고 있었다. 금호역 인근에서 거주하는 이모씨(71)는 "전철에서 안내방송을 들어서 민방위 훈련임을 알게 됐다. 그런데 옛날과 달리 자율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훈련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며 "하려면 강도 있게 진행하고, 대피소의 위치도 정확하게 알려줬으면 좋겠다. 서울에서 어디가 제일 안전한지,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금호역 인근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모씨(37)는 "서울의 다른 지하철 역보다 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북한의 핵을 버틸 수 있을 정도일 줄은 몰랐다"더 많은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세종시 인근에서 북한의 핵 공격 상황을 가정한 '북핵 대응 주민보호 훈련'도 실시했다. 정부세종청사의 각 부처별로 주민 대피, 피해 지역 범위 판단, 부상자 구조 등에 대한 도상(모의)훈련과 함께 세종시 인근의 소방과 경찰, 지자체, 인근 군부대 등이 참여한 구조·구급 중심의 현장 훈련을 진행했다.
설소영 기자
반영윤 기자
한상욱·송보정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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