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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증’은 있지만 ‘교사’는 없다?…이재명 판결문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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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혁 기자

승인 : 2024. 11. 26. 16:54

法 "증언 부탁은 맞으나 '거짓 진술' 요구는 안 해"
'주관적 의견·평가' 부분은 위증 유죄 인정 안하기도
李 "사건 재구성 하자는 건 아니고" 발언도 고려
법조계 "악용 소지…검찰 2심서 고의성 입증 집중"
1심 선고 무죄 판결받은 이재명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위증교사 혐의 재판 1심 선고 무죄 판결을 받은 후 법원을 떠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교사를 받은 김진성씨의 위증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이 대표가 '증언 요청'을 한 건 맞지만, '위증'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가 김씨에게 "사실대로, 기억나는 대로 말해 달라"고 주기적으로 언급한 것도 주효했다.

법조계에선 법에 대해 잘 아는 이 대표가 법망을 피해 간접적으로 위증을 교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이 부분을 중심으로 교사의 고의성을 입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번 판결이 대법원까지 확정될 경우 다른 사건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전날 78쪽 분량 1심 판결문을 통해 "이 대표가 김씨에게 자신에게 필요한 증언을 부탁한 사실은 인정되나, 통화의 내용만으로는 이 대표가 김씨에게 '거짓 진술(위증)'을 요구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002년 최모 KBS PD와 함께 고(故)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이후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해 "누명을 쓴 것"이라고 발언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이 대표는 김 전 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성남시와 KBS 사이에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자'는 합의가 있었다는 기억을 해 달라"는 취지로 증언을 요청했다. 이후 김씨는 재판에 나와 이 대표가 말한 취지대로 증언했고, 이 대표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확정 받았다.

검찰은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동을 위증교사로 보고, 실제로 김씨가 위증을 했다며 이 대표를 기소했다. 김씨는 이 대표의 요청대로 위증을 한 것이 맞다며 혐의를 모두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대표가 직접적으로 위증을 부탁하지 않았으며, 김씨가 위증을 결심하게 하려는 고의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가 김씨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그에 맞는 당시 분위기 등의 기억을 환기해 증언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맞지만, 거짓말을 해달라고 부탁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또 이 대표가 당시 분위기, 전체적인 흐름 등 주관적인 영역에 대한 진술만 요청했다는 점도 고려됐다. 실제로 재판부는 김씨가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허위로 진술한 것만 위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주관적인 부분은 위증이 아니라고 봤다.

구체적으로 김씨가 "(당시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아서 구속되게 하자는) 그런 분위기였다"고 말한 것에 대해 △실제로 김병량 캠프에서 그런 분위기가 있었던 점 △해당 진술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평가나 의견인 점에서 위증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김 전 시장 측이 최 PD에 대한 고소취하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취하한 것이 맞다"고 한 김씨 진술도 위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도 했다. 김씨가 고소취하와 관련해 자세히 모르고 있었지만 '이 대표를 몰아가자'는 분위기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고소를 취하했다고 인식해 증언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핵심증거로 지목된 이 대표의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라고 발언한 것도 위증교사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김씨가 알지 못하는 내용에 관해 마치 들어서 알고 있는 것처럼 허위 증언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가 통화에서 '안 본거는 얘기할 필요는 없다'거나 '사건을 재구성하자는 건 아니고', '분위기나 전해들은 이야기'라고 말했다"며 "김씨가 직접 경험하거나 관여한 부분은 아니지만 전해들어 알고 있는 내용에 관해서는 알고 있다고 하면 된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며 위증교사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증인에게 요청한 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다른 재판에도 충분히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정 변호사는 "법조인인 이 대표가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중간 중간 넣은 말을 법원이 확대해석해 무죄까지 선고한 것"이라며 "이 대표가 간접적으로 위증하도록 몰아가면서도 말만 '기억에 나는대로 진술하라'고 끼워 넣었는데,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위증을 교사한 게 맞고 고의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에선 검찰이 '교사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위증교사를 무마하기 위해 말을 끼워 넣은 정황이 있기 때문에, 검찰이 이 대표가 법조인인 점 등을 근거로 들며 고의성을 입증할 것"이라며 "또 이 대표에 비해 열악한 지위를 가진 김씨의 상황, 그런 상황 속에 이 대표가 변론요지서까지 보낸 것을 강조하며 '정당한 방어권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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