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도파민 중독 피로감 느낀 MZ, 아보하 욕구 늘어…건강한 도파밍 유행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201010015478

글자크기

닫기

강다현 기자

승인 : 2024. 12. 01. 14:12

숏폼 등 '도파민 중독' MZ세대…최근 '도파민 디톡스'로 눈 돌려
독서, 운동 인증 모임, 핸드폰을 일정시간 못보게 하는 금욕상자 인증 등
피크민블룸
1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를 찾은 손님들이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모바일 게임 '피크민 블룸'을 즐기고 있다. /강다현 기자
워킹맘 양수영씨(35·여)는 요즘 퇴근 후 집안일까지 끝내면 모바일게임 피크민 블룸에 접속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양씨는 "회사에서는 몰아치는 업무와 집에서 육아까지 하고 나면 지쳐 스트레스 받는 날이 더 많았다. 습관처럼 보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대신 피크민 블룸을 하게 되면서 오롯이 나한테만 집중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더 강하고, 더 자극적인 것만 쫓는 도파민 중독에서 탈출하려는 20~30세대들이 최근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를 추구하고 있다. 더 강한 자극과 무한 경쟁에 지친 MZ세대들은 무경쟁, 무자극의 건강한 도파민을 찾아 '힐링게임, 러닝, 글쓰기, 독서' 등 다양한 모임활동을 찾고 있다.

1일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에 따르면 올해 10대 소비 키워드 중 하나로 '도파밍'이 선정되기도 했다. 도파밍은 도파민과 파밍(Farming)의 합성어로, 게이머가 '파밍' 하며 아이템을 모으듯 자극을 추구하며 재미를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숏폼(짧은 길이의 영상 콘텐츠)은 MZ세대의 대표적인 도파밍 창구다. 1~2분으로 이뤄진 숏폼은 이용자의 알고리즘에 따라 끊임없이 영상을 제공해 휴대전화 화면을 끌 때까지 보게 만든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1인당 평균 숏폼 사용 시간은 유튜브 40시간, 인스타그램 16시간이다. 같은 기간 대비 2023년은 유튜브 38시간, 인스타그램 13시간으로 숏폼에 머무르는 시간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자극적인 도파민에 중독된 MZ세대들이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느끼면서 탈출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경쟁 무자극 증강현실(AR) 게임 '피크민 블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것도 아보하를 추구하는 MZ세대들의 새로운 모습이라는 분석이다. 피크민 블룸은 2021년에 출시했지만 '힐링 게임'이라는 입소문을 타며 최근 이용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앱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피크민 블룸의 주간활성이용자수(WAU)는 지난달 2주차까지 10만명을 밑돌았지만 같은 달 3주차 27만명, 이달 들어서 이용자수 4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달엔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순위 1위에도 올랐다.

직장인 김로운씨(27)는 "심어둔 씨앗에서 어떤 피크민이 태어날지 궁금하고 나와 닮은 아바타를 따라 산책하는 피크민들을 보면 반려동물 마냥 사랑스러워 외로움도 잊게 된다"며 "밤마다 내가 걸었던 곳들과 거리가 찍힌 사진을 정리해 주기도 하는데 그걸 보면서 '오늘 하루로 잘 보냈다'다는 생각과 함께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만족해했다.

또 젊은 세대들은 '여럿이' 할 수 있는 모임에 참여해 도파밍 중독을 해소하기도 한다. 프리랜서 박모씨(37)는 습관적으로 들여다보던 숏폼을 보는 시간을 줄이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가입한 러닝 크루, 독서 토론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박 씨는 "어느 순간 60분짜리 드라마 보기가 힘들어지는 지경에 이르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 활동 모임에 가입하게 됐다"며 "그날 운동한 사진을 인증하거나 종종 시간 맞는 사람끼리 등산도 하고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서 정신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강렬한 자극에 빠져 살던 청년 세대가 '도파민 디톡스'를 통해 피로감에서 해방되고 싶은 욕구를 분출하고, 사소한 행복을 찾고 자기 통제력을 회복하는 과정이라는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도파민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없어서는 행복 호르몬이다. 하지만 요즘 MZ세대는 도파민을 숏폼 등을 통해 얻으려고 하고 숏폼 특성상 중독에 빠지기 쉽다"며 "이미 일상생활이 지치고 힘든데 숏폼까지 악영향을 주니 해방되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서 취미활동을 공유하는 등 자신만의 해방감을 찾고 건강한 도파민을 얻으려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순간적인 쾌락을 위한 도파민에 빠지면 사회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도서관, 미술관, 체육관 등 시설에서 사람들이 모여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사회화를 통한 인간적인 소통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강다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