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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비상 계엄령 선포’에 기업과 소상공인은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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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4. 12. 0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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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해제를 발표하는 장면이 방송을 통해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어젯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국회의 잇단 탄핵 시도로 행정부가 마비됐다는 것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입니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1980년대 후반 군부 독재가 종식된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제는 영화나 근현대사를 다룬 책 속에서나 접할 줄 알았던 계엄령 선포를 2024년 12월 다시 듣게 된 겁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데 이번 사태로 기업과 소상공인이 받아야 할 피해는 또 얼마나 될지에 대한 생각이 드니 공포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경기 불황 장기화로 모두들 '살아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시기입니다. 기업들은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고, 소상공인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자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혼란스러운 정국 상황까지 더해지게 된 겁니다.

이미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한때 원 달러 환율은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넘어섰고 원화 가치는 폭락했습니다.

즉 해외에서 물건을 떼온다면 평소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고, 반대로 물건을 판다면 기존보다 돈을 덜 받게 됐단 뜻입니다.

해외서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시각도 심각합니다.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주요 외신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톱기사로 보도하고, 한국에 여행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습니다. 연말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던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게 된 셈입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374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7% 늘었습니다. 10월에만 160만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찾았는데요. 이는 코로나19 전인 2019년 동월 대비 97%를 회복한 수준으로,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을 맞아 성장세로 돌아섰던 관광산업 역시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충남 공주시에서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임기 후반기 첫 민생토론회를 주재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살리겠다며 지원을 약속했죠. 하지만 그랬던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주재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해제했습니다. 먹고살기 힘들다고 호소하던 소상공인들을 진심으로 생각했다면, 이런 일이 과연 일어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로 소비 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해외 관광객마저 뚝 끊기게 생겼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을 수도, 만냥빚을 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나라를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기에 그 무게가 더욱 큽니다. 파장에 대한 책임도 반드시 져야만 할 것입니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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