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환율 불안에 해외여행 포기 고민
"환전은 언제" SNS에 불안 고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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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대학생 박모씨(24)는 휴대전화 속 환율 그래프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요동친 환율이 그의 여행 계획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박씨는 "오늘은 좀 내리겠지 싶어 검색하지만, 전혀 내려갈 기미가 안 보인다"며 "차라리 여름에 갈 걸 괜히 연말까지 미뤘다는 후회만 든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이 연일 요동치며 여행객들에게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 비용'으로 다가오고 있다.
SNS와 커뮤니티에는 이미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해 놓은 여행객들은 '취소 위약금까지 생각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가야 할 판'이라고 토로하고, 일부는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여행을 미루는 편이 낫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1달러당 1394.7원이던 환율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1433.30원에 거래됐다. 정국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 1442원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1433원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22년 10월 25일(장 중 고가 1444.2원) 이후 약 2년 1개월 만의 최고치다.
급등한 환율은 여행 경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6박 일정으로 괌으로 가족 행을 계획한 한모씨(39)는 "호텔 체크인을 앞두고 환율 때문에 추가 비용만 40만원이 더 들어가게 생겼다"며 "예약은 3개월 전에 했지만, 결제는 체크인 시점이라 환율이 오를 때마다 계산이 달라진다. 마음 편히 여행 가기에는 글렀다"고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직장인 이모씨(32)는 가족과 동남아 자유여행을 계획했지만 경비 부담이 예상보다 커져 고민에 빠졌다. 이씨는 "연차를 쌓아두며 여행 날짜만 기다렸는데, 환율 때문에 항공권이랑 숙소 비용이 다 비싸졌다"며 "호화롭게 즐기려던 여행이 겨우 다녀올 수준이 됐다"고 털어놨다.
여행사들은 자유여행객들의 심리 위축으로 모처럼 활기를 띈 여행 수요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비상계엄령 직후 출국 가능 여부를 묻는 문의가 많았다"면서 "패키지여행은 일정 부분 비용이 고정돼 있어 상대적으로 환율 변동에 영향을 덜 받는다. 하지만 개인 여행으로 다니는 관광객들은 환율 상승을 체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예약을 망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