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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일어난 4인 가족 비극…경제적 어려움이 사회적 낙인까지 동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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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기자

승인 : 2024. 12. 25. 17:01

경기 양주서 4인 가족 숨진 채 발견…"수억원 빚" 유서 남겨
자살률 1위…"생활고와 심리적 고립 등 다각적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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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사랑과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크리스마스 이브'에 한 가족이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 안에는 40대 부부와 아들·딸이 함께 숨져 있었으며 가연성 물질을 태운 흔적과 수면제 통이 발견됐다. 특히 차량엔 '수억 원의 빚으로 힘들었다'고 쓰여진 유서가 발견돼, 이 가족은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가족을 파국을 여실히 보여준 이번 비극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경제적 위기와 심리적 고립 등이 결합된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정부가 자살율 감소를 위한 여러 정책을 마련했지만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에만 집중하다 보니 생활고와 같은 경제적 문제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 사업자는 98만6487명으로 전년(86만7292명) 대비 약 12만명 증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자 수는 올해도 2분기 연속 감소하며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자살률도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1만3978명으로 전년(1만2906명) 대비 8.3% 증가했다. 자살률(인구 10만 명당)은 27.3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1~9월에도 자살 사망자는 총 1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760명) 대비 240명 늘며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은 상대적 빈곤과 사회적 낙인을 동반하며 자살률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경제적 어려움 자체도 문제지만 빈곤층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과 사회적 낙인이 극단적 선택을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이후 경제난과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며 자살을 '유일한 대안'으로 보는 인식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해 4월 자살예방 정책을 발표했지만, 자살률은 여전히 감소하지 않아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최명민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4인 가족의 극단적 선택 사건은 아이들은 선택권 없이 생명권을 빼앗긴 것"이라며 "이 사건은 경제적 압박이 개인의 삶을 넘어 가족 전체를 극단적 상황으로 내모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미 코로나 이후 경제적 양극화로 자살률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경고해왔지만 정부의 대응은 미흡했다"며 "예산 증액과 실질적인 변화 없이 그저 선언적 의지에 머물렀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어 "자살 예방을 위한 기관과 복지 시스템은 마련돼 있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책도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에만 집중되지 않고 생활고에서 비롯된 사례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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