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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화이자 백신 실제 개발자는 카탈린 카리코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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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기자

승인 : 2020. 12. 14. 16:13

Katalin Kariko
카탈린 카리코 박사가 꽃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 = 카탈린 카리코 트위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백신의 개발과 접종이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초고속 백신’의 탄생 뒤에는 수십 년에 걸친 한 인물의 집념이 있었다. 바로 코로나19 백신의 핵심 기술을 개발한 헝가리 출신 과학자, 카탈린 카리코 박사다.

카리코 박사는 이번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배경이 되는 핵심기술, mRNA을 위해 40여 년간 연구에 매진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연구에 홀로 투자한 시간은 길고 험난했다.

1976년 헝가리 세게드에 있는 아틸라 요제프 대학의 생명과학 수업에서 mRNA를 처음 접한 카리코는 ‘항바이러스성의 짧은 RNA 분자의 합성과 적용’이란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4년 템플대학교에 박사후 과정 연구원 초청을 받아 무작정 미국으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녀에게는 오직 딸의 테디베어 인형에 숨긴 현금 900유로(120만원)가 전부였다. 휴대전화도, 신용카드도, 아는 사람도 없었다. 공학도 남편과 딸과 함께 다시 돌아오지 못할 ‘원웨이 티켓’을 쥐고 꿈을 향해 발걸음을 뗐다.

미국에서의 생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잠을 설치며 연구에 몰두했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는 없었다. 성과 부진으로 눈총을 받던 중, 1989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로 직장을 옮겨야 했다.주변의 따가운 시선은 계속됐다. 소속 대학의 수석연구원은 mRNA 연구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은 카리코에게 mRNA 연구를 포기하거나 직위와 연봉을 대폭 삭감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며 강요하기까지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95년 그녀는 암 진단을 받았다. 그렇지만 반복되는 악재에 연구 지원금조차 없었던 카리코 박사는 꿋꿋히 mRNA 연구를 고수했다. 그러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근무하다가 우연히 같은 면역학자인 드류 바이스만 박사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삶에도 조금씩 빛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둘은 힘을 합쳐 2000년대 초반 실험쥐를 이용한 mRNA 실험에 성공하고 특허를 출원했지만, 여전히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훗날 이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의 백신 개발의 핵심적인 기술이 되었다. 과학자들은 그녀가 없었다면 백신 개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카리코의 업적에 화이자의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모더나 설립자인 데릭 로시도 “그녀가 노벨상을 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코로나 백신은 이전의 기술과 달리 mRNA를 사용한 신기술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mRNA는 ‘메신저RNA’의 줄임말로, 죽은 바이러스 잔해를 주입하는 이전의 백신 개발 방식과 달리, 단백질을 만들어 세포가 질병과 싸우게 하는 명령을 보내는 것이다. 생성된 바이러스 단백질은 질병을 유발하지 않지만 사람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한다. 사실 이론적으로 메신저RNA는 어떤 단백질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메신저RNA가 만든 단백질은 양이 적고 인체에서 너무 빨리 분해돼 치료제로 쓰기에 적합하지 않았으며, 염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이유로 많은 과학자들은 mRNA 대신 안정성이 높고 사용하기 쉬운 DNA 백신 개발에 집중해 왔다.

반대로, mRNA의 가능성에 주목한 카리코 박사 덕분에 인류는 더 빠르게 발전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mRNA를 이용한 백신 개발의 성공을 토대로, 단백질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 인체가 병원체나 암, 희소 유전병 같은 질병과의 싸움에서도 승리할 날이 머지 않게 되었다.

카리코 박사는 미 일간지 뉴욕포스트(New York Post)와의 인터뷰에서 “(연구밖에 몰랐던 동안에는) 굴욕감을 느꼈지만, 이제는 내가 옳았다는 것을 알았다”며, “나는 내 일이 결실이 맺는 것을 볼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았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현재 그녀는 바이오엔테크에서 부사장을 맡고 있다.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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