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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고 이후 된서리 맞았던 원전, 유럽서 되살아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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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21. 10. 1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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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 2호기 전경. /제공=한국전력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원전) 사고 이후 지구촌 곳곳에서 퇴출 바람이 일던 원전이 최근 프랑스 등 유럽을 중심으로 부활의 날갯짓을 펴고 있다.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값이 치솟고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정치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내놓고 앞으로 원자력 발전 연구개발에 10억유로(약 1조3731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계기로 원자력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려는 노력을 해왔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2017년 취임 직후 원자로 14개를 폐쇄하고 2035년까지 원전 의존도를 75%에서 50%로 낮추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기조는 불과 4년 만에 방향을 틀었다.

‘친(親)원전’ 정책은 세계 주요국의 탄소중립 정책 추진과 어울리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탄소중립이 최근 에너지 대란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예사롭게 넘길 일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경제전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대륙과 영국에서 사용되는 10월 난방용 가스 가격은 1년 전보다 최소 5배 이상 폭등했다고 설명했다. 13일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에너지 위기는 중국·유럽·인도 등 몇몇 국가에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다”며 “석탄 대체재였던 천연가스 값은 연 초 대비 약 400%나 치솟았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발전 비중이 70%가 넘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저렴한 전기료를 자랑하는 프랑스가 원전 강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신 안전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2030년 이전에 핵폐기물 관리를 개선하고 혁신적인 ‘소형 모듈화 원자로’(SMR)를 개발하는 것이 첫째 목표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정부 자금 300억유로(약 41조3000억원)를 저탄소 항공기·그린 수소 생산·산업 첨단화·저탄소화·스타트업 등 10대 하이테크 분야에 투입할 방침이다. 나아가 원자재와 반도체 칩 등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성장 전략도 공개했다.

또 프랑스는 원자력을 풍력이나 태양열 등 천연에너지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마크롱의 발표는 원자력을 재생에너지 즉 탄소 감축의 열쇠로 본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원전으로의 회귀는 프랑스를 넘어 유럽으로 확대할 조짐이다. 유럽 10개국 경제·에너지 장관들이 최근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공동 기고문을 르 피가로를 비롯한 유럽 여러 신문에 낸 게 신호탄으로 읽힌다. 기고문에는 “유럽인들은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며 “원전은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독립적인 에너지원”이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원전은 정치·외교 문제와도 연관된다. 유럽은 주요 발전원인 천연가스 수요의 약 50%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영국 공영 BBC는 지적했다.

러시아로부터의 가스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큰 타격이 불가피한데 러시아가 서유럽의 높은 에너지 의존도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입김에서 벗어나 에너지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럽에 원전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되는 배경이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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