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 도덕불감증 한전공대…적반하장 아닌 문과즉희해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2.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802010001288

글자크기

닫기

장예림 기자

승인 : 2023. 08. 04. 06:00

0622 증명사진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는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 그 시대에서 다수가 동의하는 것이 그 시대를 투영하는 정답일 뿐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서 올바른 사과의 자세는 잘못을 인정하고, 변명하지 않으며 해결방안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총장 해임까지 거론될 정도로 심각한 비리를 저지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는 적반하장 그 자체다. 이번 감사결과에 따르면 한전공대는 법인카드 부정사용만 1억3000만원을 훌쩍 넘기고, 사회초년생(직장인 1년차)의 평균 연봉에 달하는 연봉 '3500만원'을 셀프인상했다. 그뿐만 아니라 시간외근무수당도 부당 수령했고, 교원 채용에도 공정성이 훼손됐다. 이번 감사결과로 그동안 제기됐던 한전공대 통폐합 주장이 힘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군다나 한전공대는 설립 초기부터 끊임없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추진된 한전공대는 설립 당위성부터 미흡한 예비타당성조사, 카이스트 등 다른 과학기술원보다 높은 연봉 및 사내 복지제도 등 항상 도마 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한전공대에는 혈세가 투입된다. 올해 예산만 해도 1986억원에 달한다. 이도 30%가량 삭감된 금액으로 2031년까지 총 1조6112억원이 투입된다. 현재 누적적자만 45조원을 훌쩍 넘기는 한전과 한전 자회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한전은 전기요금이 주 수익원으로, 전 국민은 지난해부터 39.6% 오른 전기요금을 내고 있다. 전 국민이 울분을 토할 만한 대목이다.
이제야 개교 2년 차를 맞이한 한전공대는 이번 감사결과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총장 해임은 과도하다며 되레 반기를 들었다.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기보다는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설립 초기부터 잡음이 발생했던 한전공대인 만큼 모든 행실에 있어 노심초사해야 했다. 특히 전 정권이라는 이유로 정쟁의 도구가 되고 있기 때문에 '청렴'과 '도덕'을 본보기로 보여줬어야 했다. 다른 과학기술원들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주무부처) 등의 종합감사를 받는 가운데 한전공대도 산업통상자원부의 감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걸 과연 짐작 못 했을까.

문과즉희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남이 자신을 비판하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 받더라도 그것을 오히려 약으로 여겨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지금의 한전공대는 적반하장보다 문과즉희의 자세가 필요하다.
장예림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