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 불안에 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하나

연준 금리인하 미뤄지며 강달러 지속
1370원대 웃돌며 17개월 만에 최고
이란 보복에 당분간 상승 이어질 듯

원·달러 환율이 1370원대를 웃돌며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늦게 인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환율이 빠르게 치솟는 모습이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보복 공격하는 등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12일 1375.4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주 대비 상승폭은 22.6원으로, 지난 1월 19일(25.5원) 이후 가장 컸다.

최근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는 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CPI 발표 직후 금리선물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20%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 경제가 예상을 웃도는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도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JP모건은 미국의 3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가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등 노동시장이 매우 강한 모습을 나타냈다며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급성이 줄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정책금리 인하를 시사한 점도 달러 강세에 영향을 미쳤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일부 위원이 금리인하에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모든 것이 2%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이란과 이스라엘 간 분쟁으로 확대되는 등 중동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달러 강세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달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106선을 웃돌기도 했다.

배당금 송금 관련 수급도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개입 의지를 시사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환율 상승은 기본적으로 달러 강세의 영향이기 때문에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해외 순자산이 늘어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환율과 관련해 외환시장 개입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일각에선 환율 상단을 140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