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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내려야 하는데”…韓 금리인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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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승인 : 2024. 08. 01. 16:44

글로벌 통화정책 변곡점 맞았는데, 뛰는 집값에 가계부채까지 '부담'
한국은행 연합뉴스
한국은행 전경/한국은행
미국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 일본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 역시 통화정책 전환의 물결에 들어서게 됐다. 당장 시장에선 한국은행의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美 '9월 인하 시그널'에 한은 '10월 인하' 유력해
1일 경제·금융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1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내놓은 메시지를 해석하는데 분주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르면 9월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면서 "경제가 기준금리를 낮추기에 적절한 지점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한국은행이 이르면 10월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3.50%)과 미국(5.50%)의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가운데 미국이 금리인하 '깜빡이'를 켜면서 우리도 따라서 차선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들어 수도권 집값이 상승세를 타고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고 있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고민 중인 한국은행이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장기간 침체에 빠진 내수를 살리기 위해선 서둘러 금리 인하로 갈아타야 하는데, 자칫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내려야 하는데…'3대 걸림돌' 집값-가계부채-환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대다수 금통위원은 (금리 인하) 기대가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지난 5월 회의 때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 의결문에도 '가계부채'라는 단어가 등장하며 이례적으로 집값 상승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4 한국경제보고서'도 우리 경제의 높은 가계부채를 우려 요인으로 꼽으며 건설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금융안정에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어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집값도 2021년 수준으로 뛰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7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보다 7포인트 오른 115로, 2년 8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30% 올라 18주 연속 상승했다.

1400원 선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금리 인하의 또 다른 변수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원화 환율 시장이 더 취약해지고, 최근 안정세를 찾고 있는 물가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점은 한은의 통화 정책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면서 "금융 안정 논거 중 환율 관련 부담은 점차 줄어들겠으나 수도권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우려 때문에 한은 결정에 미치는 연준의 영향은 당장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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