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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농업 전파 KOPIA… 필리핀 농가소득·女농업인 육성 ‘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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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은 기자

승인 : 2024. 08. 05. 17:36

필리핀센터, 15년간 현지서 맹활약
비가림 채소생산 시범마을 육성 등
지역 농가소득 20%·생산성 100% ↑
신기술 교육 여성인권 신장에 한몫
어거스티 말라리 빌라베르데 필리핀 룩반시장(두번째줄 오른쪽 여덟번째)을 비롯해 주민들이 KOPIA 필리핀 센터 비가림 채소재배 시범마을 시찰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5년간 필리핀 곳곳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KOPIA(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 필리핀센터가 'K-농업'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2010년 8월 문을 연 KOPIA 필리핀센터는 지난해까지 총 69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필리핀의 낙후된 농업 현장 현대화를 견인하고 있다.

대표 사업으로 새마을운동 연계 벼 종자 증식 및 보급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엽채류 연중 생산 기술 개발, 필리핀 맞춤형 마늘 생산기술 개발, 필리핀 마늘 적응 지역 대량 생산 기술 개발, 비가림 채소생산 적용 농가 소득 증대 3개 시범 마을 육성 등이다.

이 중 2022년부터 올해까지 필리핀 라구나주 시닐로안시, 퀘손주 룩반시, 누에바에시아주 자라고자시 3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비가림 채소생산 적용 시범마을 조성 사업은 이규성 KOPIA 필리핀센터의 역점사업이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투입 예산만 120만 달러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차로 약 4시간을 달려 찾아간 룩반시의 비가림 채소 생산 적용 시범마을은 한눈에 딱 봐도 현대화 시설 그 자체였다.

지난해 완공된 룩반시 시범 마을의 온실 8동(6X40m), 1동(6X16m)에 서 배추, 오이 등 싱싱한 푸른빛의 채소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이규성 KOPIA 필리핀센터 소장은 "지난해부터 현지에 적합한 배추 재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올 연말까지 농민들이 배추 생산 기술을 습득하면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범 마을을 둘러보던 중 에어컨 2대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공간이 호기심을 자아냈다. 에어컨을 활용해 고가의 저온저장 시스템을 대신하는 채소를 보관하는 창고였다. 이 소장은 "에어컨 2대를 이용해 15℃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KOPIA 필리핀센터의 이 같은 현대화된 비가림 채소생산 시설은 소득 증대에 기여하며 룩반시 농가들의 미래를 밝혀주는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시닐로안, 룩반, 자라고자 3개 지역의 비가림 채소생산 시설 시범 운영 결과, 농가 소득은 2023년 20% 높아졌으며 생산성도 100% 향상됐다.

루이즈 콘래드 살룸비데스 루벤시 시의회 농업위원회 위원장은 "비가 많이 내리는 룩반 지역에 온실(비가림) 채소 재배는 농민의 소득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KOPIA 사업이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니고 농민의 공동체 정신을 함양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KOPIA 필리핀센터 시범 마을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농민 역시 높은 점수를 줬다.

KOPIA 사업에 1년간 활동 중인 조말 라세리스씨(44, 남)는 "KOPIA 프로젝트를 통해 버는 돈을 다른 곳의 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어 소득 측면에서 좋다. 특히 소득이 높아지면서 자신감도 배가됐다"고 말했다.

25년간 벼, 고구마, 무 등을 재배해 온 농부이자 현재 KOPIA 농민협동조합 대표인 조말 라세리스씨는 비가림 채소생산 시범마을 사업 참여 농민 확대를 통한 새로운 공동체 형성을 꿈꾸고 있다.

KOPIA의 사업은 단순히 현지 농가 소득 증대만 아니라 인권 향상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도 낳고 있다.

머세리타 데 라스 알라스씨(67, 여)는 "여성 개인으로 일하면서 말 못 할 고충으로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KOPIA센터의 신기술 교육 등이 여성 인권을 신장하는데 큰 몫을 했다"고 강조했다.

머세리타 데 라스 알라스씨는 KOPIA 필리핀센터의 사업 초창기부터 참여한 원년 멤버이다.

이 같은 룩반시 농민들의 얘기는 립서비스가 아니다.

시범마을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찾은 유은하 농촌진흥청 국외농업기술과장 등 한국 방문객들을 환대하는 어거스틴 말라리 빌라베르테 룩반시 시장을 비롯해 주민들의 눈빛과 모습에서 진심이 고스란히 전달됐기 때문이다.
조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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