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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에 한국경제도 블랙홀… 정부 ‘위기대응’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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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승인 : 2024. 08. 06. 17:51

美 경기침체·중동 확전 등 '다중악재'
24시간 합동모니터링 등 비상체제 가동
세수결손 우려 속 재정카드 부족 지적
최상목 부총리 "최근증시 과도한 반응
충분한 정책 대응 역량 갖추고 있다"
전날 급락했던 코스피가 6일 80.60포인트(3.3%) 오른 2522.1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41.59p(6.02%) 오른 732.87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
'R의 공포'(경기침체 공포) 파장이 한국 경제에 충격파를 일으키면서 우리 정부의 정책 대응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위기의 물결은 미국의 경기침체라는 단편적 문제가 아니라 중동 확전과 인공지능(AI) 거품론, 내수 부진, 집값 급등 등 나라 안팎의 경제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닥쳐오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포' 잠재우기 주력…"과도한 반응 자제하라"

최악의 '블랙 먼데이'를 보낸 정부는 6일 "증시가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며 시장의 공포를 잠재우는 데 주력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대외 충격에 따른 시장 변동성에 대해 충분한 정책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대외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인 만큼, '24시간 합동 점검체계'를 지속해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시장 안정 조치들이 신속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 대응 체계를 유지하겠다고도 했다.

최 부총리는 "과거 급락 때에는 실물·주식·외환·채권 시장에 실질적인 충격이 동반됐던 반면, 이번 조정은 해외발 충격으로 주식 시장에 한해 조정돼 과거와는 다른 이례적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지나친 불안심리 확산에 유의하면서 차분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당부했다.

◇'재정 카드'는 없고…기준금리 인하도 고민 커져

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한 정부의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당장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계부채, 소상공인·자영업자, 제2금융권 등 우리 경제의 '취약한 방파제'가 금융 시스템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을 활성화해 부채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금융 구조를 자본 중심으로 전환해 외부 충격에 대한 위기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는 부채 리스크가 현재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경각심을 가지고 상황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정부 입장에선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재정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고민이다. 2017년 660조원에 그쳤던 국가채무가 문재인 정부 시절 400조원 이상 불어나 '나라빚 1000조국'이 되면서 예산을 짜낼 여력이 없는 상태다. 2년 연속 세수결손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경기를 살리려면 가계를 짓누른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뛰는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세와 맞물려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내리면 집값 급등세를 자극하고 가계 빚도 함께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밖으론 중동戰 안으론 집값·부채·티메프 '내우외환'

그사이 집값은 빠르게 치솟고, 가계 빚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9주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고, 5대 시중은행의 7월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사이 7조1660억원 늘어나며 집값이 폭등하던 2021년 4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이 휘청거리는 상황도 또 다른 악재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소매판매는 작년보다 2.9% 줄어들어 2009년 1분기(-4.5%) 이후 최대 폭 감소를 기록했다. 소비·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경기가 얼어붙었다는 의미다.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도 수출전선에 먹구름을 몰고 오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의 테헤란 암살 작전 이후 보복을 선언한 이란은 주변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가를 묻겠다"며 무력보복을 선언하는 등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5차 중동 전쟁'이 터지면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커지면서 수출 위주의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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