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여의로] 반가운 ‘베테랑2’의 흥행, 그러나 여전한 고민

[여의로] 반가운 ‘베테랑2’의 흥행, 그러나 여전한 고민

기사승인 2024. 09. 25. 10:38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경쟁작들 없는 틈 이용한 스크린 몰아주기 덕 봐…해법 절실
기자의눈 사진
영화 '베테랑2'를 제작한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에게는 7년전 '군함도' 개봉 당시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휘말리면서 생긴 트라우마가 있다. 이 때문이었을까, 이달 초 '베테랑2'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강 대표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이렇다 할 경쟁작들이 없는데다 1편의 이름값을 앞세워 전국의 모든 스크린을 도배하다시피 한 압도적인 배급 전략으로 흥행 성공이 일찌감치 예견됐던 상황, 그러나 "배급사에 더 이상 스크린 수를 늘리지 말자고 사정도 해 봤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스크린 수를 확인하면서 (스크린 독과점에 관련된 비판이 또 제기될까봐) 피가 마를 정도"라며 하소연하기 바빴다.

강 대표의 간절한 바람대로 '베테랑2'는 다행히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비켜가면서 흥행 순항중이다. 지난 13일 개봉 이후 상영 9일만에 전국 관객 500만명을 돌파했을 만큼 흥행몰이 속도가 빠르다. 이 추세라면 1341만명을 동원했던 1편에 이어, 또 한번 1000만 고지 등극도 노려봄직하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주도권을 내주고 빈사 상태로 내몰린 한국 영화 산업으로서는 '범죄도시' 말고도 또 다른 인기 프랜차이즈물의 탄생이 필요했는데, '베테랑2'가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우선 반가운 결과다. 또 메이저 투자·배급사이면서도 최근 내놓는 작품마다 흥행 실패로 영화 사업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는 CJ ENM이 회생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점에서 감독과 제작자 등 영화인들의 걱정을 어느 정도 덜어주기에 충분한 소식이다.

그러나 이처럼 긍정적인 측면 뒤에는 스크린 독과점과 같은 어두운 구석이 여전히 남아있다. 일례로 개봉 초반 70%까지 치솟았던 '베테랑2'의 상영 점유율은 상영 3주째로 접어든 지금도 60%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많은 스크린을 차지하고 싶어하는 배급사와 장사가 되는 영화에 계속 힘을 실어주려 하는 극장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수치다.

이 와중에 '극장에 가도 영화가 너무 없어 골라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관객들의 원성과 불만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반면 스크린 독과점을 우려하는 영화계 내부의 목소리는 올 봄 '범죄도시4' 개봉 때와 비교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여러 편이 경쟁했던 지난해 추석 연휴보다 '베테랑2'가 독주한 올 추석 연휴의 전체 관객수가 오히려 50% 가까이 늘어났다는 영화진흥위원회의 분석 때문인지, 아니면 떠들 만한 기력조차 없어진 탓인지 잠잠한 편이다.

정부의 주도로 제작·배급·극장아 머리를 맞대고 자신들만의 산업 논리와 문화적 다양성 추구를 위한 관객의 권리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할 때다. '강남의 똘똘한 한 채가 최고'라는 부동산의 불패 공식이 영화계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돼 극소수의 영화에만 스크린을 몰아주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베테랑' 1편속 주인공 '서도철'의 대사처럼 영화인과 관객 모두에게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니겠나.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