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을 녹이고 깎아 만든 새 통해 '교감'과 '공존' 가치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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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은 산소절단기가 뿜어내는 강렬한 화염으로 수없이 드로잉 하며 강철을 녹이고 깎아낸다. 이번 전시에서도 쇳덩이에서 매만지고 다듬어낸 철 작업을 비롯해 총 160여 점을 선보인다. 철 조각과 함께 흙으로 빚은 석고 두상과 드로잉을 함께 배치하여 시공간을 초월하는 '교감'과 '공존'의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작 가운데 신작인 '젤코바-버드(Zelkova-bird, 느티나무-새)'는 여리고 작은 새(bird) 조각이다. 총 110마리가 전시장 곳곳에 자리잡았다. 무리들과 함께 있거나 짝지어 있거나, 혹은 홀로 앙증맞게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수많은 새들의 몸짓은 관람객을 다른 세상으로 불러들인다.
이성민은 고양시 일산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작업한다. 그의 작업장 컨테이너 곁에 느티나무 세 그루가 있는데, 그 무성한 그늘 아래로 날아드는 방울새, 가마우지, 멋쟁이새, 말똥가리 등 온갖 새들을 관찰하며 '젤코바-버드'를 제작했다.
또한 작가는 '큰 새' 시리즈를 제작하며 '속도'에 대한 생각을 녹여냈다. 비정형적 형태의 두꺼운 철판을 가르고 펼쳐 비행하는 새의 움직임을 표현했다. 전시장에 수직으로 매달린 'bird-99'는 높은 고도에 올라 기류를 타기 위해 창공을 가르며 질주하는 모습이다.
전시작 중 총 12점의 '석고 두상'은 작가가 깊은 감정적 대면을 경험한 결과물로, 존재와 존재가 마주하는 순간을 기록한 작업이다. 인물을 만들기 위해 흙을 붙이고 빚어내는 동안 작가는 대상의 온전한 실체와 자신의 실체가 교차하는 교감의 순간을 느꼈다고 밝혔다. 석고가 지닌 예민한 음영과 부서질 듯한 긴장감은 인물의 존재감과 작가의 감정적 흔적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성민 작가는 "느티나무를 보고, 새를 보고, 해가 지고 별이 뜨는 것을 마주하는 것은 일상인데, 우리는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친다"며 "뒤뜰 같은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만나는 시간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4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