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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참사에 스러진 태국인 2명…“마을 희망이었는데”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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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4. 12. 3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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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대학교가 제주항공 참사로 희생된 시리턴 짜으(22) 방콕대 항공경영학부 4학년을 추모하며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방콕대학교 페이스북
승객과 승무원 등 탑승객 181명을 태우고 태국 방콕을 출발, 29일 오전 9시 3분께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려던 제주항공 2216편 여객기는 착륙 과정에서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거센 불길에 휩싸였다. 이 사고로 탑승객 181명 가운데 179명이 숨졌다. 탑승객 가운데는 2명의 태국인도 포함돼 있었다. 시리턴 짜으(22세)와 쫑락 두앙마니(45)다.

현지매체 카오솟은 29일과 30일 이번 제주항공 참사로 목숨을 잃게 된 두 승객의 가족들이 유해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들의 사연을 전했다.

◇ "마을의 자랑이었다" 승무원 꿈꾸던 대학생
22세 시리턴 짜으는 졸업을 불과 3개월 앞두고 있던 방콕대학교 항공경영학부 4학년이었다. 태국 북부 치앙라이 소수 민족 출신인 그는 승무원이 되겠단 꿈을 쫓으며 마을에 희망의 빛을 비추던 학생이었다. 시리턴의 삼촌은 농메이란 애칭으로 불리던 그가 "마을의 희망이었다"며 "우리 마을에서 대학까지 진학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농메이의 헌신은 우리에게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시리턴은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10년 넘게 한국에서 사는 어머니 수티니를 만나러 29일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수완나폼 공항에서 이제 비행기에 탄다며 29일 자정이 조금 지나 남긴 메시지가 마지막이었다. 딸을 마중하기 위해 공항에 나와있던 어머니는 공항에서 사고 소식을 들었다.
방콕대학교는 29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항공경영학부 4학년인 농메이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며 "이번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뜻을 전한다"는 추모메시지를 올렸다.

◇ '상조회 비용' 1만바트 건넨 딸…아버지는 "데려다주지도 못했는데" 오열
북부 우돈타니 출신인 쫑락 두앙마니(45)는 가족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3년 전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서 살고 있던 쫑락은 일 년에 한두 번씩 우돈타니에 사는 가족들을 만나러 태국을 방문하곤 했다.

쫑락씨는 이번에도 태국을 찾아 약 2주간 머물며 가족들을 만나고 남편과 치앙마이 등지를 여행했다. 한국인 남편이 먼저 귀국하고, 쫑락씨가 29일 비행기에 올랐다.

쫑락씨의 아버지인 분추아이 두앙마니(77)는 "한국에서 착륙 중 충돌했다는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 중 한명이 딸이란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거의 기절할 뻔했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이렇게 뉴스에서만 나오는 사고를 당할 줄 몰랐다. 너무 많이 울어서 이제는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분추아이씨는 "아픈 친척을 병원에 데려다주느라 딸을 데려다주지 못했는데 아마 서운했을 것"이라 후회했다.

가족들을 찾은 쫑락씨는 1만바트(약 43만원)을 건넸다고 한다. 분추아이씨는 "딸이 마을 기금에 있는 상조회 비용으로 내달라며 건넸다. 이 돈이 딸이 준 마지막 돈이 될 줄도 몰랐고, 그 돈이 이렇게 빨리 쓰일 줄 몰랐다"고 했다.

시리턴과 쫑락의 태국 유가족들은 모두 태국에서 전통 불교 의식대로 장례를 치르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추아이씨는 "딸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한 번 보고 걱정하지 말라고, 편히 쉬라고 말하고 싶을 뿐"이라 울먹였다.

피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했다. 피통탄 총리는 태국 외교부에 즉각적인 지원을 제공할 것을 지시했고 유가족들이 거주하는 마을에도 지역 당국자들이 지원을 위해 파견됐다.

주한 태국대사관은 "한국 당국 및 제주항공과 협력해 유가족의 한국 입국 및 기타 지원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제주항공 참사 합동분향소 조문<YONHAP NO-2501>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분향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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