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부진 길어져 유동성 확보 어렵자
지난해 계열사서 차입, 내달 만기 대비
30%대 였던 부채비율 121%로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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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아시아투데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흥그룹 지주사인 중흥토건은 작년 한 해 동안 12곳의 계열사에서 총 1조1430억원의 차입금을 조달했다.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금융 상환 만기일이 다음 달 말로 예정돼 있어 급전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021년 2월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합병하는 데 총 2조670억원을 썼다. 이 중 60%에 달하는 1조2000억원은 중흥토건(1조200억원)과 중흥건설(1800억원)을 통해 금융기관에서 조달한 바 있다. 2023년 말 기준 이들 기업의 인수금융 장기차입금은 각각 7147억원, 1785억원으로 총 8932억원이 남아 있다.
아울러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로 인해 자산총계 20조원을 달성하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상호출자 해소 등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 해소 필요성이 대두된 점도 원인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주사는 자회사의 지분율 50%(상장사 30%) 이상을 보유해야 하고, 자회사 외의 국내 계열회사의 주식을 소유해선 안 된다.
업계에선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금융 상환이 차질 없이 마무리될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중흥그룹에 인수되기 이전 약 10여 년간 산업은행 체제에서 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했지만, 중흥그룹에 인수된 이후 약 4년 동안 안정화에 속도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중흥그룹 역시 성공적인 인수금융 상환을 위해 자금력을 결집하고 있기 때문에 인수금융 상환 작업이 원활히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건설경기 불황으로 인해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차입금 의존도가 더욱 커지게 된 만큼, 재무구조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 중흥토건의 부채비율은 대우건설 인수 추진 이전인 2020년 말까지만 해도 30%대였으나, 2022년 말 103%, 작년 말 121% 등으로 높아졌다. 총자본 중 외부에서 조달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차입금 의존도 역시 1년 새 46.3%에서 47.4%로 1.1%포인트(p) 커졌다. 통상 차입금 의존도가 30% 이상이면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으로 본다.
이와 관련해 중흥그룹 관계자는 "현재 기준 구체적인 잔여 인수금융 상환액을 밝힐 순 없지만, 작지 않은 규모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업황 부진·재무구조 악화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보수적 사업 경영·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당초 계획대로 인수금융 상환을 마무리한다는 게 내부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