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푸틴 전쟁, 세계 에너지 질서 재편...러의 세계경제 통합 22년 노력 수포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2.asiatoday.co.kr/kn/view.php?key=20220501010000028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2. 05. 01. 07:41

EU, 러 석유 수입 연말까지 금지 여섯번째 제재안 발표 계획
독일 강경 입장 선회...유럽 각국, 에너지 확보 각자도생
"세계 에너지 질서 재편...푸틴 8주 전쟁, 러의 세계경제 통합 22년 노력 파괴"
독일 러시아 가스 파이프라인
독일 북부 루브민의 독일과 러시아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노르드 스트림- 2’ 시설 모습./사진=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난 수십년간 형성된 유럽의 에너지 시장이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다음주 주말께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연말까지 금지하도록 하는 새로운 제재안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유럽 각국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거나 차단하기 위해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 EU 집행위, 러시아산 석유 수입 연말까지 금지 여섯번째 제재안 발표 계획

EU는 올해 말까지 회원국에 대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 협의에 관련된 EU 집행위 관리들이 30일(현지시간) 밝혔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 관리들은 다음주 중까지 석유 금수와 러시아 최대 금융기관인 국책은행 스베르방크 제재 등 패키지에 포함될 기타 조치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윤곽을 제시하고, 회원국 대사들은 오는 4일 다시 만나 주말까지 새로운 제재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장 키이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오른쪽에서 네번째) 등 EU 대표단이 4월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부차에서 러시아 침략군에 의해 살해된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시민을 보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 러산 에너지 의존도 높은 독일, 강경 입장 선회...WP “독일, LNG 수입 인프라 부족...원전 14기 폐쇄, 3기 가동”

이와 관련, 미하엘 클라우스 유럽연합(EU) 주재 독일대사는 지난 2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대(對)러시아 6차 제재 관련 회의에서 “만약 6차 제재 패키지에 합의가 이뤄진다면 강력해야 할 것”이라며 “패키지에는 대러 석유 수입 금지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도 같은 날 독일의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전쟁 전 35%에서 최근 수주 동안 12%로 줄었다며 “독일에 있어서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가 가능해졌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전쟁 전 3.6%에서 2.2%로 하향 조정된 독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치나 러시아의 봉쇄를 가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두 가지 중 하나라도 발생하면 독일 경제는 침체에 빠질 것이라 내다봤다.

EU 내 최대 경제국이면서 원유의 3분의 1 이상, 석탄의 절반가량, 천연가스의 55%를 러시아에 의존해왔던 독일이 강경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주목된다.

하지만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독일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35%로 줄였지만 이른 시일 내 이를 제로(0)로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기체(氣體)인 러시아산 대신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할 기반 시설이 부족하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 사태 이후 추진한 강력한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14기가 폐쇄돼 3기만이 가동 중이라고 전했다.

동유럽 정상 키이우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왼쪽부터)·안제이 두다 폴란드·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에길스 레비츠 라트비아·알라르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이 4월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손을 모으고 연대를 표시하고 있다./사진=우크라이나 대통령 대변인실 제공 AP=연합뉴스
◇ 유럽 각국, 에너지 확보 각자도생...“세계 에너지 질서 재편...푸틴, 8주 전쟁으로 러의 세계 경제 통합 22년 노력 파괴”

이런 상황에서 유럽 각국은 새로운 에너지 공급처 모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WP는 러시아 가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두르는 유럽 국가들은 카타르와 미국 등 더 안정적이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LNG 공급업체로 선회하고, 이탈리아는 알제리, 불가리아는 그리스, 폴란드는 LNG 수입 터미널과 노르웨이로부터의 파이프라인 확장이라는 장기 계획으로 전환하는 등 현재 유럽 가스 시장이 조각보 깁기(patchwork)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10일 알제리를 방문, 사용하지 않는 지중해 파이프라인을 통해 알제리산 천연가스 수입을 최대 40% 늘리는 계약을 체결했다며 앙골라·나이지리아·콩고공화국 등 이전에는 글로벌 에너지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지 않았던 다른 석유·가스 수출국도 유럽의 미래를 위해 잠재적인 주요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 전문가인 대니얼 예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부회장은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재편성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세계 에너지의 극적이고 예상하지 못한 재질서”라고 진단했다.

예긴 부회장은 이어 “두달 전까지만 해도 유럽인들은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문을 닫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는 얼마나 오래 걸릴 것인지에 대한 문제일 뿐”이라며 “이는 불과 2개월 전만 상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일어나고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8주간 전쟁에서 러시아를 세계 경제에 통합하는 22년 동안 쌓아온 것을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향후 18개월은 유럽에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것이고, 러시아가 공급을 중단하면 이번 겨울에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회피하기 위한 단기적인 대안이 충분하지 않다고 WP는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에너지 전문가 에드워드 초우 선임연구원은 전 세계에 천연가스 매장량이 많다면서도 “각국 정부가 원하는 환상이 무엇이든 간에 누구도 더 많은 LNG를 빨리 생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