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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준 칼럼] 연금개혁, 결기와 끈기의 리더십과 치밀한 준비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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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03. 09. 18:15

국민연금 개혁 유감(下)
황남준 대기자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한국사회는 지금 국민연금 개혁이 절박하다. 저출산으로 기금 수입은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고령화로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 최후의 보류인 국민연금 수명이 20여 년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것도 안심할 수 없다. 경제 저성장 기조까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금의 수입·지출구조를 결정하는 출산율, 고령화 등 인구통계 수치상 세계 최악 수준이다.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2022년 말 기준 최저 합계출산율 0.78%. 고령화도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고령자(65세 이상) 비중은 2022년 17.5%로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초고령사회에 도달하기까지 영국 50년, 미국 15년, 일본이 10년 걸린 반면, 우리나라는 7년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노인 빈곤율도 최고 수준이다. 66세 이상 노인 상대적 빈곤율(2019년 기준)은 4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 주요국 중 가장 높다. 국민연금이 노인의 복지를 책임지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연금 기금 수입을 결정하는 보험료율은 24년째 9%로 제자리다. 기금은 2041년부터 적자가 시작되고 2055년 고갈될 전망이다. 당초 예상보다 2년이나 빨라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무책임하게 골든타임을 놓치고 개혁을 미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골든타임의 마지노선이다. 2025년이 지나면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기 때문에 개혁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마련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개혁을 미룰수록 재정부담과 의식의 보수화로 기금난이 심해져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누적된다.

문제는 국민연금 체계가 복합적 다층적으로 구성돼 있어 개혁의 틀 짜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퍼즐 맞추기처럼 절묘한 조합을 만들어 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물론이고 기초연금이나 퇴직연금과의 통합, 공무원·군인연금 등 직역연금과의 연계 개혁, 정년 연장을 위한 사회적 타협, 젊은 세대와 연금수령 세대와의 연대형성, 수익률 개선을 위한 운용개혁, 세수 또는 재정지원 확대를 통한 연금 지원 등 개혁 과제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 개혁은 '산 옮기기' 만큼이나 지난한 과제이다. 그래서 리더십이 중요하다.
서구의 연금 개혁을 성공한 정치인들은 후대에 칭송받지만 당대에는 정치적 고난을 짊어져야 했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10년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연장했지만 그 여파로 2012년 재선에 실패했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2003년 연금 개혁을 성공했지만 2005년 9월 총선에서 패배해 정치를 그만두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의 고이즈미 전 총리도 같은 전철을 밟았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현재 정년을 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것을 골자로 한 연금 개혁을 완성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언뜻 손쉬운 개혁과제로 보이지만 '연금수령=축복', '정년 연장=지옥'으로 등식화돼 온 프랑스는 나라가 온통 난리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흔들림 없이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연금 개혁에 진심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뒷심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보험료율 15%'안이 흘러나오자 발뺌하기에 급급할 정도로 소극적이다. 여소야대 상태인 국회는 정부로 공을 넘겨 버렸다. 개혁의 타임라인이 점점 늦춰지고 있다.

최고 지도자의 강력한 추진력, 결기와 끈기가 연금개혁의 핵심이자 추동력이다. 오는 10월 정부 개혁안과 내년 4월 총선이 연금개혁안 처리의 골든타임을 결정짓는다. 연금 개혁이 성공하려면 정부의 치밀한 전략과 국민의 폭넓은 공감대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연금 가입자인 국민, 특히 신구 세대 간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개혁안을 세밀하고도 경쟁력 있게 디자인해야 한다. 그다음은 가입자인 국민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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