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간 갈등 수수방관한 방사청 책임 무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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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공영방송 ABC 등의 보도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신형 호위함 사업 'SEA3000'을 추진해 왔다. 노후한 안작(Anzac)급 호위함 8척을 약 10조원을 들여 11척의 신형 호위함으로 2029년부터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초기 3척은 수주 업체가 나머지 8척은 호주내 헨더슨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조건이다. 이 사업에는 한국의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MHI) 등 출사표를 던졌다. 이중 한국 업체 2곳을 제외하고 독일 TKMS와 일본 MHI이 압축후보군에 들었다는 게 보도의 주요 내용이다.
이 사업에 한화오션은 대구급 호위함(FFG-Ⅱ)을, HD현대중공업은 충남급 호위함(FFG-Ⅲ)을 각각 제안했다. 두 모델 모두 한국 해군의 연안주력 전투함으로 배치됐거나 배치될 예정인 함정으로 세계의 화약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수호에 투입되는 등 실전 운용을 통해 검증된 모델이다.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일본 MHI가 제안한 Mogami 30FFM은 척 당 가격이 8000억원, 독일 KTMS이 제안한 MEKO A-200은 73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구급 호위함은 3500억원, 충남급 호위함은 4000억원 정도다. 호주 현지생산으로 인한 비용 상승분까지 감안해도 호주 정부의 총예산 약 10조원 내에서 건조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충분한 가격 경쟁력과 실전경험 우수한 기술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받던 한국 기업의 전투함이 이번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건 기업간 과도한 경쟁에서 1차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정책적으로 풀지 못하고 수수방관한 방위사업청의 행태는 더 큰 원인이다. 두 회사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사활을 건 싸움을 하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기업이 이윤 추구를 위해 경쟁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집안 싸움이 소중한 함정 수출기회를 날린 꼴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원 팀 코리아'로 도전하지 못하면 폴란드·캐나다 잠수함 사업 등 함정분야 K방산 수출이 줄줄이 무산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제발 이제라도 방위사업청이 제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