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22만명 사망·200만명 피해…2004 인도양 쓰나미가 남긴 20년의 상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226010014355

글자크기

닫기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4. 12. 26. 13:19

COMBO-THAILAND-TSUNAMI-ANNIVERSARY <YONHAP NO-1365> (AFP)
2004년 12월 26일 발생한 인도양 쓰나미 피해를 입은 푸켓 파통거리(2004년 12월 28일 촬영)의 모습(위)와 2024년 11월 18일 푸켓 파통거리의 모습/AFP 연합뉴스
2004년 12월 26일, 성탄절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세계는 현대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자연재해로 꼽히는 재앙을 맞이했다.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2004년 인도양 쓰나미다.

2024년 12월 26일 오전 8시경,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 아체주(州)의 반다아체 앞바다 해저에서 규모 9.1의 초대형 강진이 발생했다. 규모 9.1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며 최대 30m 높이에 달하는 쓰나미는 인도네시아 해안은 물론 태국·스리랑카·말레이시아 등 인도양 연안 12개국을 덮쳤다. 이 쓰나미로 인해 22만 7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00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2004년 인도양 쓰나미는 21세기는 물론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재해 중 하나로 꼽힌다. 인도네시아·스리랑카·태국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들이다.

인도네시아 아체주에서만 약 17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건물들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살던 집이 있던 곳은 말 그대로 시체가 가득한 들판으로 변했다. 통신도 끊기며 전적으로 위성 전화에 의존해야 했다.
생존자인 실비아는 어린 딸 시티를 품에 안은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집과 함께 통째로 파도에 휩쓸렸다. 마치 세탁기 안에 있는 것 같던 15분이 지나고 집 지붕으로 올라가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어린 딸 시티는 현재까지도 행방불명이다.

쓰나미에 휩쓸렸던 그의 남편 부디 페르마나도 코코넛 나무 위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가족을 찾던 중 지쳐 쓰러진 그를 구한 적십자사 대원들은 처음엔 그가 죽은 줄 알았다. 부부는 간신히 목숨을 건져 재회했지만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은 어린 딸을 잃은 슬픔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생하다.

스리랑카와 태국의 피해도 컸다. 스리랑카에서는 쓰나미로 3만 500명이 사망했고 태국에선 5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휴양지로 유명한 태국이었기에 성탄절과 연말 휴가를 즐기기 위해 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의 피해가 집중 조명됐지만, 500척이 넘는 어선과 도시의 인프라가 통째로 파괴된 주민들은 삶의 터전과 생계 수단을 모두 잃었다.

인도양 쓰나미는 수십 만명의 목숨과 생계를 앗아갔지만 그로 인해 쓰나미 연구와 조기 경보 시스템에 경종을 울렸다. 유네스코 쓰나미 회복탄력성 프로그램 책임자인 베르나도 알리아가는 "당시 우리는 일부 위험한 지역을 완전히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지속 가능하고 성숙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2004년 쓰나미가 "이러한 위험을 이해하는 데 경종을 울렸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해양 위험에 취약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7억 명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2050년에는 그 수가 약 1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쓰나미의 약 80%는 지진으로 인해 발생하지만 수중 산사태와 화산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치명적인 쓰나미의 약 70%는 태평양에서 발생하지만 인도양, 남미 일부와 지중해 등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해안선 근처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쓰나미 같은 단발성, 예고 없는 위험이 몇 분 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측할 수 없고, 더욱 치명적인 위험으로 바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이 같은 재해에 대한 사전 경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문자 그대로 엄청난 기술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도전이다.

2004년에는 이러한 경보를 위한 데이터가 제한적이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인도네시아에서도 쓰나미 위험은 낮은 것으로 간주돼 해수면 수위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인도네시아의 지진계도 규모 6.5까지의 지진만 기록할 수 있었다. 2004년 인도양 쓰나미로 전문가들은 물론 전 세계가 쓰나미가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깨닫게 된 셈이다.

로라 콩 국제 쓰나미 정보센터 이사는 "2004년이 그렇게 비극적이었던 이유는 경고 시스템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이후 국제 센터와 각국 정부들이 전 세계 지진을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모니터링한다. 당시 단 하나뿐이던 해수면 모니터링 스테이션은 현재 인도양에만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하는 1400개의 스테이션으로 확충됐다.

콩 이사는 "당시엔 지진이 발생했고 쓰나미가 발생했다는 것을 실제로 알기까진 15~20분, 어쩌면 50분까지도 걸렸다"면서 "2004년 이후, 지금은 5~7분으로 줄었다. 그래서 10~20분 정도를 벌 수 있던 것이 '게임 체인저'가 됐다. 파도가 (육지에) 도착하기 전에 실제로 경보를 울릴 수 있게 된 것"이라 짚었다.

전문가들은 큰 진전이 이뤄졌지만 2004년 인도양 쓰나미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며 경각심이 옅어지는 것에 대한 주의를 촉구했다. 쓰나미 전문가인 데이비드 맥거번은 알자지라에 "쓰나미는 사실 비교적 흔한 위험"이라며 "연평균 2회 정도의 쓰나미가 발생해 사망이나 피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쓰나미를 비롯한 자연재해의 빈도와 파괴력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쓰나미가 '매우 드문 현상'이란 인식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맥거번은 "우리가 이 위험을 잊지 않고, 천년에 한 번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2004년과 같은 규모의 파괴적인 쓰나미가 "다시 발생할지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언제 발생하느냐의 문제"라고 경고한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