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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주택연금’으로 재건축 분담금 낼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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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현 기자

승인 : 2025. 03. 11. 10:22

정부, ‘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 개정안’ 공포…이달 31일부터 시행
주택연금에서 70%까지 인출 가능
고령층 많은 1기 신도시 재건축 속도 낼 듯
정비사업 장기화 땐 인출(대출) 금액 줄어…실효성 논란도
남산애서 바라본 아파트
앞으로 고령의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이 '주택연금'을 활용해 정비사업 분담금을 낼 수 있게 된다. 늘어난 분담금 부담으로 인해 지연되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들 모습./ 연합뉴스
오는 31일부터 고령의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이 '주택연금'을 활용해 정비사업 분담금을 낼 수 있다. 현금 사정이 넉넉지 않아 분담금 납부가 힘든 고령층 주택 소유자나 조합원도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그동안 공사비 상승 등으로 늘어난 분담금 부담으로 인해 지연되던 정비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분담금이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들어가는 공사비 등 총 비용에서 일반분양 수익을 빼고 조합원들이 나눠 부담해야 하는 금액을 말한다.

◇주택연금으로 재건축·재개발 분담금 납부… 담보대출액 기준 최대 70%까지 지급

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주택연금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분담금을 낼 수 있도록 한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공포했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놓은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8·8 대책)의 후속 조치다. 시행 시기는 이달 31일부터다.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내 집에 계속 살면서 평생 동안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부부 중 한 명이 만 55세 이상이고 담보로 제공하는 주택이 공시가격 12억원(시세 17억원 정도) 이하인 경우 가입할 수 있다.

명칭은 '주택연금'이지만, 실상은 대출 상품이다. 돈을 먼저 빌려 나중에 갚는 일반 주택담보대출(모기지)과 반대로 주택을 담보로 먼저 제공하고 대출금을 나중에 나눠 받는 '역모기지'다.

시행령 개정안은 주택연금에서 목돈을 한 번에 인출(대출)할 수 있는 '개별 인출' 목적에 '정비사업 분담금 납부' 사유를 추가했다. 재건축·재개발 분담금 납부 목적으로 개별 인출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남산 서울 시내 모습
주택연금을 통해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이 분담금을 낼 수 있게 되면서 현금 동원력이 떨어지는 고령층 주택 소유자나 조합원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참여도가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현행 제도에서는 주택연금 대출액의 잔존가치를 낮추는 개별 인출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교육·의료·관혼상제 등 불가피하게 목돈이 필요한 상황인 경우에만 개별 인출이 허용된다. 그것도 연금 한도액의 50% 이내에서만 가능하다. 일정액 이상의 연금을 가입자에게 지속적으로 지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정비사업 분담금 납부에도 주택연금 개별 인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인출 금액도 대출 한도의 최대 50%에서 70%로 확대했다. 이로써 정비사업 추진 단지(구역) 내 주택 소유자는 '주택담보노후연금대출' 한도의 70% 이내에서 수시로 일정한 금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10억원짜리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65)가 주택연금(종신정액형 기준)에 가입했을 경우 4억5500만원(연금 대출액 한도 설정액)을 기준으로 매달 연금액을 지급받는데, 여기에 대출 한도 70%를 적용하면 3억1850만원가량을 재건축 분담금 납부 목적으로 한꺼번에 인출할 수 있다.

◇"고령층 정비사업 참여 늘듯"… 주택 공급 부족 숨통 트이나

적용 대상은 △재개발·재건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리모델링(주택법) △소규모주택 정비사업(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등 3개 부문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참여도가 낮은 고령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소득이 적거나 없는 고령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드는 주택 정비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선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등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주택 소유주의 분담금 부담이 더 커졌다. 이 때문에 정비사업이 지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재건축·재개발사업 현장에선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분담금을 마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생겼기 때문이다.

현금자산이 부족한 조합원인 경우 통상 재건축 후 새 아파트 입주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분담금을 내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 소득이 없거나 적은 고령 조합원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택연금은 그대로 받으면서 신축 주거지를 얻어 노후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비업계는 이번 조치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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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연금을 통한 재건축 분담금 납부의 최대 수혜지로 분당신도시가 꼽힌다. 사진은 분당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의 최대 수혜자로 수도권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아파트에 거주하는 고령자가 꼽힌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 단지도 주택연금으로 분담금 납부가 가능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분당 등 1기 신도시도는 현재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비계획 수립 이후에는 일반 재개발·재건축과 마찬가지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행정안전부 연령별 인구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1기 수도권 신도시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비율은 17%, 60세 이상은 25%를 넘어섰다. 경기지역 내 다른 신도시와 비교해 5∼10%포인트 높은 수치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아파트 공시가격은 분당 양지마을 및 시범단지 일부 대형 주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2억원 이하다. 따라서 주택연금을 통한 재건축 분담금 납부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매달 연금액 줄어 생활비 감축 불가피…"주택연금 제도 취지 무너질라"

따져봐야 할 것도 있다. 주택연금을 활용한 재건축·재개발 분담금 납부가 장점만 있는게 아니라는 얘기다.

우선 주택연금 인출(대출) 한도 총액에서 분담금을 납부한다는 점에서 매달 받는 연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 연금 대출액 자체가 크게 줄어든 만큼 그에 따라 매달 지급액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택연금은 주택담보 평가를 통한 일정 연금 대출액을 정해놓고 노후 생활 자금용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빼내 사용하는 구조다. 따라서 분담금 납부 용도로 목돈이 빠져나갔을 경우 향후 지급될 연금액은 예전보다 줄어들게 마련이다.

익명을 원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거액의 분담금이 개별 인출을 통해 사용되고 나면, 연금대출 가능 총액이 줄어드는 만큼 주택연금 가입자가 이후 매달 받는 연금액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가령, 저수지에 물을 담아 매달 일정량을 사용하고 있는데, 다량의 물을 한꺼번에 써버렸다면 이후 물 부족(노후생활 자금 부족) 사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신림1구역 정비사업에 신속통합기획 적용<Y
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인 서울 관악구 신림1구역 전경./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대출액의 최대 70%를 분담금으로 납부하고 나면 남은 30% 대출 잔액을 쪼개 연금액을 지급받다 보니 당초 생활자금 지원의 목적으로 가입한 주택연금 제도의 취지가 무너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연금 가입 후 분담금 납부(개별 인출)까지 기간이 길어지면, 즉 정비사업 진행 속도가 더딜 경우 그 사이 월 지급액(대출액)이 늘어 개별 인출 금액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공시가격 10억원짜리 집을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해도 분담금 3억원을 조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장기화할 경우 대출(인출) 잔액이 줄어 주택연금이 분담금 납부 수단으로 활용 가치가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주택연금을 통해 재건축·재개발 분담금을 냈을 경우 이주비 대출과 추가 분담금 대출을 못받을 수도 있다. 주택연금을 운영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관계자는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해당 주택에 주금공이 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선순위 담보권자가 되는 만큼 이후 담보대출 형태로 지급되는 이주비 및 추가 분담금 대출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별 주택 담보 가치 차이에 따른 실효성 논란도 일 수 있다. 어떤 곳은 공시가격 12억원 상한선에 맞춰 주택연금에 가입해 최대한 정책 혜택을 볼 수 있는데, 다른 곳은 집값이 절반 가격인 6억원에 불과해 분담금 납부 활용 및 생활자금으로 사용하기 빠듯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일산신도시에서 주택연금을 통한 분담금 납부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분당과 일산신도시 아파트값이 최대 3배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일산 재건축 단지 소유자들은 주택연금 가입 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상대적으로 낮아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일산신도시 한 공인중개사는 "공시가격 12억원에 근접한 고가주택과, 사업 기간이 빠른 몇몇 소수 단지들만 주택연금 분담금 납부 혜택을 볼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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