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회비 두 차례 인상에도 회원 더 늘어
새벽 배송·무료 반품 등 혜택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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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쿠팡이 유료 멤버십 '와우 멤버십'을 내놓기 이전까지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온라인쇼핑이 한창 성장할 당시,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 우후죽순으로 무료 혜택을 내놓기 바빴던 상황에서 오히려 쿠팡은 '유료멤버십' 카드를 꺼내들었다. 서비스 혜택을 누리려면 돈을 내라는 거다. 혜택만 쏙쏙 빼가던 '체리피커'가 주요 소비 트렌드로 꼽힐 만큼 온라인쇼핑 시장 선점을 놓고 마케팅 출혈경쟁이 치열했던 상황에서 쿠팡은 '충성고객'의 경쟁력을 더 높이 봤다. 쿠팡의 로켓배송이 시장에 자리 잡았기에 가능했던 도전이다.
◇가격인상에도 멤버십 증가 이유
월 회비 2900원. 연간으로 따지면 3만4800원이다. 결코 싸지 않은 금액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이탈하지 않았다. 유료 멤버십 론칭 이듬해인 2020년에 와우 멤버십 회원 600만명에서 연평균 30% 이상 늘어 2023년 말 기준으로 1400만명에 달했다.
그사이 두 번의 가격 인상도 단행했다. 2021년 말 4990원으로 72% 파격적으로 올린 데 이어 2024년 8월 또다시 7890원으로 58.1%를 인상했다. 하지만 시장의 전망과 달리 회원수는 줄지 않았다. 이후 멤버십 숫자를 공개하지 않지만 여전히 증가 추세라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내는 금액보다 더 큰 혜택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멤버십 출시 초기 당시 월회비 2900원은 반품 금액(3000~5000원)보다 싼 금액이다. 로켓배송으로 배송 불확실성과 배송비 부담 등 고객 불편사항을 해결한 쿠팡은 유료멤버십 출시와 함께 무료반품과 새벽배송 등을 내세웠다. 단순 변심에 따른 반품도 무제한 무료다. 신발, 옷 등 회사마다 사이즈 규격이 조금씩 달라 온라인쇼핑에서 불편함을 느꼈던 소비자들은 쿠팡에서 여러 개의 상품을 주문하고 맞는 상품 하나만 고르고 나머지는 반품했다. 또 이 시기 쿠팡은 전날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 전에 배송받을 수 있는 새벽배송을 론칭해 고객이 쿠팡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했다. 새벽배송은 특히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와우 멤버십 회원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었다. 기저귀부터 분유, 학교 준비물까지 갑작스럽게 필요한 물품들을 주문할 수 있는 쿠팡이 유일했다. 최근에는 로켓직구,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무료배달 등 강력한 혜택을 계속해서 더하며 쿠팡 없이 살 수 없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명의 충성고객 9명 소비자 안부럽다
효과는 숫자로도 나타났다. 쿠팡에 따르면 와우 멤버십 회원 주문 빈도는 일반 회원 대비 약 9배 높고, 가입한 지 가장 오래된 가입자가 신규 와우 회원 대비 평균 지출 금액이 2.5배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쿠팡의 활성화 고객 수도 2020년 1485만명에서 매해 증가해 지난해 기준 2280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곧 지난해 국내 단일 유통사 처음으로 매출 40조원 달성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충성고객이 곧 경쟁력이라는 쿠팡의 성공에 경쟁 유통사들도 유료멤버십 론칭에 열을 올렸지만 업계 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사례는 쿠팡을 포함해 네이버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넷플릭스 이용권 무료 제공 서비스를 멤버십에 도입한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플러스 1만원 이상 구매한 멤버십 회원에게 무료배송, 무료반품, 무료교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배송까지 강화하고 있다. 쿠팡 역시 올해도 충성고객 혜택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쿠팡은 2023년 약 4조원 이상의 와우 멤버십 혜택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에도 이를 더 확대해 5조원 이상 투자한 바 있다. 멤버십 요금 인상으로 지난해 쿠팡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오히려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한 배경은 여기에 있다. 쿠팡의 영업이익률은 1.46%로 전년(1.94%) 대비 0.5%포인트가량 하락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와우 멤버십의 성공은 새로운 쇼핑 문화를 선제적으로 구축했던 쿠팡의 혜안과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이뤄낸 결과"라며 "쿠팡은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혜택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제공해 계속해서 충성고객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경쟁사들이 소비자를 끌어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