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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스포츠人] “잔디로 인한 부상 걱정 안하고 경기 뛰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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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3. 12. 13:24

이영섭 대한축구협회 1급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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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섭(35) 대한축구협회 1급 심판 / 사진=장원재 기자
아시아투데이 장원재 선임 기자 = 축구는 한 팀이 11명이다. 퇴장, 부상 등 사유로 7명이 남을 때까지는 공식 경기다. 6명이 되면 경기 중단이다. 몰수게임이다. 처음부터 양 팀 11명이 나오지 않아도 경기는 성립한다. 그런 경우가 있냐고? 있다. 아마추어 리그 초년병 감독 시절, 알렉스 퍼거슨은 선수들이 집합 시간에 상습 지각하자 단 9명의 선수단을 데리고 원정 경기장으로 떠났다. 그의 회고록에 나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절대 엄수해야 하는 인원이 있다. 심판이다. 주심 1명, 선심 2명, 대기심 1명(일종의 교체멤버+선수 교체 등 피치 밖의 업무 담당) 등, 4인 1조의 심판이 없으면 어떤 경우든 경기는 성립하지 않는다. 1970년대의 명해설자 선영제, 1983년 U-20 4강의 신화 박종환 감독 등 이름난 축구인 중에도 심판이 많다. 그렇다면, 누가 왜 어떤 이유로 심판의 세계에 발을 디디는 걸까. 코리아컵 1회전 경기가 열린 지난 9일 효창운동장에서 이영섭 심판(35)을 만났다.

- 자기소개 부탁한다.

"대한축구협회 1급 심판으로 활동 중인 이영섭(35)이다."

- 선수 출신인가.

"아니다. 선수 경험은 없고, 체육대학교 나와서 축구가 좋아 대학원에 진학해 축구 산업을 전공했다."

- 축구가 왜 좋았나.

"저희 세대는 거의 다 비슷한 공통점이 있을 것 같다. 2002년 월드컵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이후로 축구에 푹 빠져서 뭐가 되었든 축구 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

- 사랑엔 변함이 없나.

"축구는 영원한 사랑이다. 계속 축구를 하고, 축구를 통해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또 해외 축구를 보면서 견문도 넓히고 있다."

- 오늘 경기장을 찾은 이유는.

"친한 친구들이 오늘 경기의 주부심을 본다. 모니터링도 하고, 제 공부도 할 겸 해서 경기장에 왔다."

- 축구를 좋아하는 것과 축구 산업 안으로 뛰어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좋아하는 일, 취미가 일이 되면 인생이 어려워진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래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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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2일 K리그 유스인터네셔널 유스컵 인천 2024 FC서울 U18: 전북현대 U18 경기의 주심을 맡은 이영섭 심판./ 사진제공=이영섭 심판
- 심판이 되겠다라고 결심한 결정적 계기가 있나.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2002년 월드컵을 보면서 심판들의 모습에 반했다. 심판의 세계에 입문을 할 수 있을까 해서 정보도 찾아보고 그렇게 했다."

- 비경기인 출신도 심판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나.

"그렇다. 비경기인 출신들도 심판에 입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 어떤 과정을 거쳐서 심판 자격증을 취득하나.

"저는 대한축구협회에서 관리하는 Join KFA라는 사이트에서 심판 강습회가 열리는지 살펴보고, 그다음에 제가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인지 확인한 뒤에 신청했다. 이론 교육 마치고 체력 테스트, 필기 시험까지 통과하면 5급 심판 자격이 주어진다."

- 5급이라면 어떤 경기 심판을 볼 수 있나.

"5급은 동호회 경기, 초등부 경기를 관장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 그 위로 4급, 3급, 2급, 1급이 있다.

"1급이 가장 높은 급수다."

- 승급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치나.

"활동한 연도에 심판을 본 경기 수를 제출하고, 승급 자격 통과가 되면 체력 테스트와 이론 필기 시험을 본다. 모두 합격하면 다음 연도에 승급할 수가 있다."

- 체력 테스트는 필수다. 주심은 생각보다 주행거리가 길다. 과거에는 5천 미터 기준 기록 등이 있지 않았나.

"과거에는 그랬지만, 현재는 테스트 방식이 바뀌었다. 1급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운동장 한 바퀴 400미터 기준으로 10바퀴를 뛴다. 그냥 꾸준한 속도로 뛰는 것이 아니고 빠른 속도로 75미터를 뛰고 25미터를 또 걷고 75미터를 뛴다. 실제 축구 경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인터벌 트레이닝 식으로 테스트하고 있다."

- 제한 시간 이내에 들어와야 하나.

"구간별로 다른 음악이 나온다. 종료 벨이 울리기 전까지 들어오면 통과다."

- 본인은 현재 1급 심판이다. 1급이면 어떤 경기를 볼 수 있나.

"1급 심판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모든 경기를 다 관장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하지만 1급이라고 해서 바로 프로리그 심판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대학 경기, 성인 리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프로리그 심판으로 진출할 수 있다."

- 심판을 봤던 경기 중 가장 기억나는 경기는.

"2023년 7월 28일 K리그 유스 챔피언십 고등부 결승전이다. 제가 결승전 주심은 아니었지만, 그 경기에 부모님을 초대했다. 제 일하는 모습을 부모님이 직관하신 첫 경기다. 결승전 심판은 심판상 수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경기가 가장 보람찼고 기억에 남는다."

- 어디와 어디의 경기였나.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경기였다. 경기 장소는 천안 종합운동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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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8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유스 U18 챔피언십 결승전 FC서울 U18: 수원삼성 U18 경기.좌로부터 2번째가 이날 선심을 맡은 이영섭 심판이다./ 사진제공=이영섭 심판
- 필드에서 심판보는 것과 온필드 리뷰 VAR 담당하는 심판은 길이 다른가.

"저는 아직 VAR에 관련된 내용을 따로 배우는 레벨의 심판이 아니다. 프로 심판들은 동계 훈련 가서 VAR 교육받는다. 경기를 관장하는 주심이나 부심, 대기심으로 참가하는 이외에, 당해 연도에 K리그 경기에 VAR 심판으로도 들어가기도 한다."

- 지금도 연령 제한이 있나. 과거엔 월드컵의 경우 45세 이상은 심판 출장이 불가능했다.

"지금은 딱히 그런 것은 없고, 입문은 만 14세부터 가능한 것으로 안다. 정확한 사항은 대한축구협회 공고를 보시고 확인하시면 된다."

- 본인은 몇 살 때 심판에 입문했나.

"24살 때 입문했고, 활동은 26살부터 시작했다. 10년 차 심판이다."

- 심판과 관련해서 이런 점이 좀 개선됐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다면.

"요즘 K리그 핫이슈 중 하나가 잔디 문제 아닌가. 피치가 좋지 않아 심판들도 부상 걱정하면서 경기를 뛰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부분이 좀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다."

- K리그 1 심판도 심판만 해서는 생계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K리그는 매일 열리지 않고, 주 2회가 최대치다. 이런 식으로 심판 배정받아 활동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프로 심판, 아마추어 심판을 다 합쳐도 우리나라에서는 심판에만 매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다른 직업을 가진 상태에서, 자기 업무에 방해받지 않는 선에서 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다."

- EPL은 어떤가.

"그곳은 전원 전업 심판이다. 한 경기에 투입되는 비용, 기대 수익 등이 엄청나기에 심판 인력도 전문적으로 운영한다. 그만큼 축구 산업이 고도화한 것이다."

- 실례가 안 된다면, 심판 이외에 본인의 직업을 물어봐도 될까.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제 전공을 살려서, 축구 관련 다양한 업무를 하면서 프리랜서로 지내고 있다."

-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먼저 심판 생활을 오래 하는 것이다. 다음은 제가 도전할 수 있는 무대까지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전진하는 것이다. 나중에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열심히 심판을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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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섭 심판(오른쪽)과 장원재 선임기자./ 사진=장원재 기자
장원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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