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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체포’ 필리핀도 가짜뉴스 확산…“정치적 분열 심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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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3. 24. 16:00

PHILIPPINES DUTERTE RALLY <YONHAP NO-4731> (EPA)
지난 15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집회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그의 석방과 귀환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EPA 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압송된 이후 필리핀에서 가짜뉴스가 확산하고 정치적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필스타 글로벌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필리핀 국가수사국(NBI)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 체포와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약 20명의 블로거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에선 지난 11일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체포돼 같은 날 ICC가 위치한 네덜란드 헤이그로 압송된 이후, 그의 체포가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주장이나 외신이나 국제 단체들의 로고가 들어간 가짜 지지성명 등이 확산했다.

NBI는 허위사실을 퍼뜨린 블로거들이 "사이버 명예 훼손 및 반역 선동 혐의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미 2명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가짜뉴스는 페이스북·유튜브·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가짜뉴스 확산에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측근들도 일조하고 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행정 비서관을 지냈던 측근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현재 실종상태라거나 ICC가 의료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율리아 모토크 ICC 재판장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일가와 관련이 있다는 가짜뉴스도 횡행했다. 심지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ICC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구금하는 한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회담을 거부하겠다는 황당한 가짜뉴스까지 버젓이 퍼지고 있다. 이에 파올로 오르테가 하원의원은 "필리핀에서 엄청난 양의 가짜뉴스가 급증한 것은 불안한 것을 넘어서서 굴욕적"이라며 "국가적인 수치, 전 세계적인 수치다. 부끄럽고 굴욕적"이라 비판하기도 했다.

게리 아도르 디오니시오 데라살대학 외교·거버넌스스쿨 학장은 이같은 가짜뉴스들이 "두테르테 전 대통령 체포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사건(재판)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필리핀을 분열시키려는 것"이라 지적했다.

그는 "잘못된 정보들은 연기처럼 퍼진다. 가장 큰 목적은 앞으로 몇 년 안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지지자들에게 이번 체포엔 정당성이나 법적 타당성이 전혀 없었다는 인식을 깊게 각인시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지노 트리니다드 마닐라 아테네오 대학 강사는 조작된 주장과 가짜뉴스들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려는 시도라고 짚었다. 그는 "이런 소셜미디어 게시물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유죄 가능성을 부정하지도, 무죄 가능성을 주장하지도 않는다"며 "대부분의 게시물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국가의 아버지'로서 수천 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결과를 감수하면서까지 단지 국가의 위기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호소"라고 짚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2016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해 마약 복용·판매 용의자가 투항하지 않으면 경찰이 사살할 수 있도록 했다. 필리핀 정부는 이 과정에서 약 6000~7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지만 인권단체와 국제사회는 약 2만~3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ICC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반인도적 범죄로서의 살인 혐의를 받고 있으며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최소 43건의 살인 사건에 대한 형사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ICC가 발부한 체포 영장에 따르면 재판부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 시설 개인적인 '처형 부대'를 운용했고, 이후 대통령이 된 후에도 필리핀 법 집행 기관을 총괄하면서 이를 지속적으로 지휘했다는 '합리적인 증거'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과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당선됐다. 임기 초에 ICC의 '마약과의 전쟁' 조사를 주권 침해로 여기고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던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후 두테르테 가문과 이견차이를 보이며 대립하게 되자 태도를 바꿨다. 이에 지난 11일 홍콩을 방문하고 필리핀으로 돌아온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ICC의 체포 영장을 집행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체포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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