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겸재 정선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 '겸재 정선'이 4월 2일 경기 용인의 호암미술관에서 개막한다. 사진은 인왕제색도(왼쪽)와 금강전도가 걸려 있는 '겸재 정선'전의 전경. /호암미술관
조선시대 회화의 거장이자 진경산수의 창시자인 겸재 정선(1676~1759)의 대표작들을 모은 전시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국보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 등을 볼 수 있는 '겸재 정선'전이 다음 달 2일 경기 용인의 호암미술관에서 개막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사립미술관인 호암미술관과 간송미술관이 공동으로 개최한다. 올해 호암미술관을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과 내년 정선 탄생 350주년을 함께 기념하는 전시다. 호암미술관 관계자는 "호암 이병철 창업회장과 간송 전형필 선생은 '문화보국(文化保國)'의 정신을 실천한 분들로, 일평생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이를 대중과 적극적으로 공유했다"면서 "이번 전시는 두 선각자의 공통된 혜안이 '겸재 정선'이라는 한국 회화사의 거인을 중심으로 하나의 전시로 구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획전은 지금까지 정선을 주제로 열린 전시 중 최대 규모다. 호암미술관, 간송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 18개 기관과 개인 소장품 165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국보 2점과 보물 7건(57점)이 포함됐다. 진경산수화, 관념산수화, 고사인물화(옛 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 화조영모화(꽃과 새, 동물을 그린 그림), 초충도(풀과 벌레를 그린 그림) 등 정선의 예술세계를 총망라했다.
겸재 정선_1부 전시장 전경
0
'겸재 정선'전의 1부 전시장 전경. /호암미술관
호암미술관 관계자는 "겸재 정선은 18세기 조선 회화의 전성기를 이끈 화가"라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관을 개성적인 필치로 그려낸 진경산수화를 정립해 당대는 물론 후대 화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을 생생해 담아내며 한국 미술사의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전시 1부에서는 정선을 대표하는 진경산수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정선의 진경산수화가 시작된 곳이자 다양하게 변주된 금강산과 정선이 나고 자란 한양 일대를 그린 그림을 중심으로 전시한다. 금강산 그림으로는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 풍악내산총람도, 신묘년풍악도첩, 해악전신첩, 관동명승첩을 볼 수 있다. 인왕제색도는 5월 6일까지, 풍악내산총람도는 5월 7일∼6월 29일 전시된다. 인왕제색도는 오는 11월부터 2027년 상반기까지 진행되는 '이건희 컬렉션' 해외 순회전 작품에 포함돼 이번 전시 이후 당분간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다.
1. 금강전도
0
국보 금강전도, 조선, 18세기 중엽, 종이에 수묵담채, 130.8x94.5cm /호암미술관
2부에서는 정선이 그린 문인화와 화조화 등을 살펴본다. 정선은 문인들이 즐겨 읽던 시를 그림으로 그린 시의도를 자주 제작했고 오랜 벗이었던 사천 이병연의 시를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백거이가 은거한 여산의 초당을 그린 '여산초당'(전시는 6월 1일까지)과 '연강임술첩', '경교명승첩' 등이 소개된다.
11. 계상정거(퇴우이선생진적첩)
0
보물 계상정거(퇴우이선생진적첩), 조선, 1746년, 종이에 수묵, 25.4x40.0cm /호암미술관
2012년 9월 당시 국내 고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34억원에 삼성문화재단이 구입해 소장한 '퇴우이선생진적첩'도 이번 기획전에서 볼 수 있다. '퇴우이선생진적첩'은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의 글씨에 정선의 진경산수화 4면 등을 곁들인 서화첩이다. 1000원 지폐 뒷면의 그림인 '계상정거도'가 여기에 실려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호암미술관과 간송미술관의 협력을 통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대규모 전시가 성사됐다"면서 "장대한 금강산을 한 폭에 담아내듯 정선의 예술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겸재 정선'전은 6월 26일까지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뒤, 내년 하반기에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