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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길의 법이 정치를 만났을 때] 사면초가(四面楚歌) 문형배, 선택은 삼십육계(三十六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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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3. 3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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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길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 解 대표변호사
◇'광속 추진' 윤 대통령 탄핵심판, 급브레이크 걸리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는 이례적인 속도로 사건을 몰아붙였다. 일방적으로 기일을 통보하고, 재판 과정 내내 피청구인의 방어권은 형식적으로만 보장되었다. 헌법재판소법 제32조를 위반하며 검찰 수사기록을 통째로 받아 증거로 받아들였고, 증인신문은 초시계를 들고 진행되었다. 급기야는 당사자인 윤 대통령의 진술 기회마저 봉쇄했다.

그래서 2월 25일 헌재가 빛의 속도로 결심하였을 때 정치권이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3월 초나 중순에는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정작 4월이 시작되었는데도 선고일조차 정해지지 않고 있다. '급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문형배의 헛된 꿈은 산산이 부서지고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누구보다도 앞장서 윤 대통령 탄핵사건을 신속하게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그 배경에는 단순한 '공적 책임감'이 아닌 개인적인 계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퇴임 전에 탄핵 인용 결정을 이끌어내 조기 대선을 성사시키고,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다시 헌재소장으로 재임명될 것을 꿈꾸었다.

그러나 이제는 퇴임 전에 탄핵기각 결정을 하느니 차라리 사건을 두고 도망갈 궁리를 해야만 하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졌다.

◇탄핵인용 불가의 평의대로 선고, 문형배의 죽음

결심 이후 열린 평의에서 문 대행의 구상은 벽에 부딪혔다. 본인보다 기수나 능력이 앞선 헌재 재판관들을 설득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였다. 일부 재판관은 청구 요건 자체에 흠결이 있어 각하 의견을 냈고, 일부는 증거의 부족과 사안의 중대성을 이유로 기각 의견을 냈다. 탄핵 인용에 필요한 6인의 동의를 얻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속사정도 모르고 마은혁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면 6:3 구도를 만들 수 있다며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마은혁이 합류해도 '6명'이라는 인용 요건은 충족되지 않는다. 한덕수 국무총리 재탄핵 카드로 밀어붙인다 하더라도 결과는 이제 달라지지 않는다.

◇문형배, 36계 줄행랑이 최선?!

문형배 입장에선 진퇴양난이다. 퇴임 전 탄핵기각 결정을 하자니 모든 책임이 헌재소장 직무대행인 본인에게 쏠릴 것이 분명하다. 좌파 지지층의 분노는 고스란히 본인의 몫이 되고 퇴임 후 좌파 지지층의 테러 가능성 때문에 밤잠을 설칠 수밖에 없다. 퇴임 전 탄핵기각은 본인에게 죽음 이상의 고통이 될 현실을 두려워하는 문형배로서는 그래서 윤 대통령 탄핵사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고 4월 18일을 넘겨 퇴임하는 차악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권한대행인 본인에게 선고일을 지정할 권한이 있으므로 대외적으로 아무런 설명 없이 지금처럼 침묵 속에 시간끌기만 하면 된다. 이는 이미선 재판관도 같은 생각이다.

◇인사청문회 없는 헌법재판관 임명 가능

민주당은 문 대행의 임기가 만료되기 이전에 법을 개정해 문형배나 이미선이 계속 헌법재판관을 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다. 그러나 이는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6년으로 규정한 헌법에 반하는 위헌적인 법률이므로 법률안 거부권 대상이다.

무엇보다도 36계 줄행랑을 꿈꾸는 문형배나 이미선이 원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문형배는 그런 위헌적인 법률이 통과하려는 민주당을 속으로 원망하며 4월 18일이 되면 스스로 헌법재판소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어디론가 사라질 것이다.

혹자들은 이로 인해 헌법재판소가 공전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헌법재판소법과 국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대해서는 인사청문 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상임위 청문이 열린다. 다시 말해, 대통령이 인사청문회를 요청하지 않으면 굳이 청문회를 거칠 필요 없이 임명이 가능하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인사청문 요청 없이 재판관을 바로 임명할 수 있으므로, 문 대행이 퇴임하더라도 민주당이 구상하는 '시간 끌기 전략'은 실효성이 없다.

◇8인 체제하에서 신속한 윤 대통령 탄핵선고를 명함

윤 대통령 계엄과 탄핵소추로 대한민국 국민들과 정치권이 양분되어 갈등을 위한 갈등으로 세상이 혼란스럽다.

그런데 최근 좌파 국민들과 우파 국민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헌법재판소가 윤대통령 탄핵사건에 대해 신속하게 결정하라는 공통된 요구를 하고 있다. 속마음이야 다르겠지만 헌재가 더 이상의 정쟁에 흔들리지 말고 조속히 결론을 내달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까지 신속한 탄핵재판을 진행해 온 문형배에게 탄핵재판을 끝내는 것은 그의 권한이 아니라 의무이다. 36계 줄행랑이 본인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길이지만 공직자로서 본인을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제는 탄핵선고일을 정할 때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의 엄숙한 명령이다.

정준길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 解 대표변호사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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