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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석 독자체제·계열 분리… 경영승계 매듭지은 일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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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승인 : 2025. 03. 31. 17:43

6 일진그룹 <上>
2008년 지주사 전환후 본격 2세승계
장남 일진홀딩스 지분매입 후계자 등극
유한회사 일진파트너스 승계에 활용
일진그룹은 국내 부품·소재 분야를 대표하는 중견그룹이다. '한국 벤처의 원조'로 불리는 허진규 회장(85)이 창업했다. 매일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의 '일진(日進)'이라는 이름처럼 허진규 회장은 40년간 소재·부품 분야에서 사업을 키웠다.

허진규 회장이 이끌던 일진그룹은 2008년을 전후해 2세 경영을 시작했다. 일진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던 그룹 체제는 자녀 세대(2남2녀)로 넘어가면서 '재편'의 과정을 거쳤다. 이제는 일진그룹이란 한울타리로 묶기도 힘들 정도다. 2008년 지주사 전환 이후 17년. 2세 경영 시대 일진그룹은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

◇유한회사로 그룹 장악한 장남 허정석

일진그룹 창업주 허진규 회장에게는 네 자녀가 있다.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장남)·허재명 전 일진머티리얼즈 사장(차남)·허세경 일진반도체 대표(장녀)·허승은씨(차녀) 등 2남2녀다. 허진규 회장은 일찌감치 그룹 내 경영권 승계를 준비했다. 1998년 허 회장은 장남 허정석 부회장에게는 일전전기 지분을, 차남 허재명 전 사장에게는 일진소재산업(현 롯데머티리얼즈) 지분을 넘겼다. 2008년 지주사인 일진홀딩스 설립을 계기로 승계 그림은 확고해졌다.

장남 허정석 부회장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일진전기 지분(약 30%)을 밑천으로 지주사인 일진홀딩스를 통해 그룹 장악력을 키웠다. 2013년 아버지가 보유한 일진홀딩스 지분을 전량 매입하면서 실질적 후계자가 됐다. 현재 일진홀딩스는 일진전기, 일진다이아, 일진하이솔루스 등 알짜 계열사를 모두 거느리고 있다.

허 부회장의 경영승계에서 눈여겨볼 회사는 일진파트너스다. 일진파트너스는 허 부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로, 일진홀딩스 지분 24.6%를 보유 중이다. 허 부회장의 일진홀딩스 지분 29.1%에 이은 2대 주주다. 사실상 허 부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일진홀딩스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일진파트너스의 전신은 원래 금융업을 하던 일진캐피탈로, 허 부회장은 2007년 이 회사 지분 100%를 확보했다. 이후 2010년엔 일진파트너스로 이름을 바꾸고, 사업도 금융업에서 물류·유통업으로 변경했다. 이 때부터 수년간 일진파트너스는 일진전기와의 내부거래로 막대한 매출을 올렸다. 이게 문제가 되자 일진파트너스는 내부거래를 대폭 줄였다. 2018년에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뿔뿔이 흩어지는 허진규의 유산

장남 허정석 부회장이 일진홀딩스를 주축으로 새 지배구조를 갖춘 가운데, 나머지 일진그룹 계열사들도 속속 떨어져나가는 추세다. 특히 차남 허재명 전 사장은 국내 최대 동박 생산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를 넘겨받으면서 한때 계열분리 가능성도 높게 점쳐졌다. 허재명 전 사장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일진머티리얼즈가 일진건설, 일진유니스코 등 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어서였다. 하지만 허 전 사장은 2023년 롯데그룹에 일진머티리얼즈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사실상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이로써 창업주 허진규 회장이 전선(일진전기)과 함께 주력사업으로 키우던 동박사업은 일진그룹 포트폴리오에서 빠지게 됐다.

현재 창업주 허진규 회장은 일진디스플레이, 일진제강, 일진반도체 등의 계열사 지분만 보유 중이다. 허 회장이 지배하는 주요 계열사로는 일진디스플레이, 일진씨앤에스, 일진제강 등이 남았다. 이 가운데 일진씨앤에스는 허 회장의 장녀 허세경 일진반도체 대표가 지분 48.33%를 보유해 허 회장(48.32%)에 앞선 1대주주다. 차녀 허승은씨 부부는 일진자동차(본인 55.56%, 남편 44. 44%)를 보유 중이다. 일진그룹 안팎에선 향후 허 회장이 지배하는 계열사들은 허세경 대표가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장남인 허 부회장은 이미 독자 체제를 굳혔고 차남인 허재명 전 사장은 사실상 그룹을 떠났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허진규 회장이 일군 일진의 모습은 점점 더 옅어지고 있다"며 "2세 허정석 부회장은 의료기기, 수소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섰지만, 아직 성과는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이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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