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국내최초 비분산 포장재 ‘소프트백’ 사용승인

원자력연, 분리·고정화 공정 필요없는 ‘소프트백’ 개발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처리 소요시간 90% 이상 단축

비분산 포장재에 입자성 물질 함유 폐기물 모사 시료를 넣은 후 낙하 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입자성 방사성폐기물이 외부 환경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비분산 포장재인 '소프트백'을 개발해 국내에서는 최초로 사용 승인을 받았다.

연구원은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으로부터 '소프트백'의 사용 승인을 받았다고 3일 밝혔다.

입자성 방사성폐기물은 방사성 오염 물질이 포함된 미세한 폐기물로, 직경 0.01mm 이하 입자가 1% 이상이거나 직경 0.2mm 이하 입자가 15% 이상 포함된 폐기물을 의미한다. 이는 확산 위험이 있어 반드시 분산되지 않게 처리해야 한다.

현재는 전용 포장재가 없어 체 분리 공정을 거쳐 체를 통과하지 못한 일정 크기 이상의 폐기물만 포장해 영구 처분이 가능한데, 체를 통과한 미세 입자는 시멘트 등을 이용해 고정화 과정을 추가로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폐기물 부피가 증가해 처분 비용이 약 2배 상승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총괄관리실 은희철 박사 연구팀은 낙하 및 침수(IPX7 등급) 시험 등 사용 승인을 위한 조건인 인수기준을 모두 충족한 새로운 소프트백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일반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소프트백 개발 과정에서 연구팀은 강도와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해 부식에 강하고 화학물질과 잘 반응하지 않는 폴리프로필렌 원단을 사용했다. 고강력사를 활용한 특수 봉제 방식도 적용했다. 그 결과 소프트백은 350kg 이상의 폐기물을 넣고 1.2m 높이에서 자유 낙하해 내용물 유실이나 손상 여부를 평가하는 낙하 충격 시험과 1m 깊이에서 30분간 물에 담궈 침수 여부를 확인하는 물 침투 시험을 통과했다.

연구팀은 또 소프트백 규격을 200리터 드럼 크기에 맞춰 제작해 기존 처분 방식과 호환성을 높였다. 아울러 결속 끈과 매듭 고리의 크기, 위치선 등 포장재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지침을 제공했다. 누구나 동일한 강도로 포장할 수 있어 현장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개발한 소프트백을 적용하면 기존 방식과 달리 체 분리와 고정화 공정이 필요없다. 소프트백에 포장해 처분용 드럼에 넣어 처분하는 방식이다. 입자성 방사성폐기물을 바로 포장해 영구 처분할 수 있어 처리 소요 시간이 90% 이상 단축된다.

연구팀은 다음달부터 이 소프트백을 활용해 원전 해체 시 발생하는 방사성 오염 토양 포장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적용할 경우 1000드럼당 8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향후 소프트백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방사성폐기물 발생 기관, 규제기관, 처분 사업자와 협력도 지속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소프트백과 관련해 지난달 국내 특허를 출원했으며, 이달엔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오르비텍에 이전했다.

박성빈 방사성폐기물통합관리단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방사성 폐콘크리트에까지 확대 적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원전 해체폐기물 처리를 위한 현장 기술 확보에 기여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