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산불 피해 지원이 시급하고 전례 없는 관세 충격으로 우리 산업과 기업의 심각한 피해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추경 편성의 이유를 밝혔다.
2조8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는 산불 피해 복구 비용과 미국발(發) 관세전쟁에 따른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의 표현대로 꼭 필요한 '필수 추경'이다. 하루빨리 국회의 동의를 얻어 적재적소에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다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규모 면에서는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몰렸다"면서 "기존 10조원 규모의 추경 계획을 재검토해서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내수 진작 예산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정부가 내놓은 10조짜리 찔끔 추경으로는 최소한의 대응도 불가능하다"며 "소비 진작 패키지를 포함해 과감한 재정 지출을 담은 추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뺀 다른 국가에는 국가별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고비는 넘겼다. 다만 철강, 자동차 등에 대한 25% 품목별 관세는 그대로 유지되는 등 향후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정부는 추경 편성과는 별개로 대미 수출에 비상이 걸린 자동차·부품 업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2조원의 정책금융을 추가로 투입하고, 기업은행·수출입은행에 위기 대응 특별 대출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 긴급 대응책을 내놨지만 타 국가와 비교하면 역부족으로 보인다.
대만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5000억 대만달러(약 22조원) 규모의 국가금융안정기금 투입을 고려 중이고, 내수 시장은 큰 일본은 여당을 중심으로 1인당 3만∼5만엔(약 30만∼50만원) 수준의 현금 지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10조원 규모의 추경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1% 수준이다. 성장률 제고 효과도 0.1%포인트(p) 수준에 불과하다. 관세 대응과 경기 부양을 이끌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여야 모두 추경 증액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협상에 따른 증액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관세전쟁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지난 2월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나라 살림에 다소 부담이 되겠지만 어차피 써야 할 돈이라며 20조원 이상의 대규모 추경을 통해 관세 대응과 경기 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