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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풋옵션 리스크 털었지만… 지주사 전환 산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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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기자

승인 : 2025. 05. 11. 17:32

[신창재의 꿈, 교보 금융그룹화]②
SBI홀딩스 등장에 7년분쟁 마무리
"2027년 초 금융지주사 출범" 가속
IMM 등 남아있는 FI 지분 정리
건전성 관리·경영승계 과정 등 숙제
"교보생명이 그동안 내실경영을 통해 탄탄한 회사로 거듭났지만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쟁상대가 생명보험사 뿐만 아니라 손해보험사까지 확장되는 상황에서 계속 보수적인 모습을 고수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실기(失期)가 될 수도 있다."

금융권에서 교보생명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국내 생보업계 '빅3'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성장동력을 발굴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는 교보생명이 내실 위주의 경영을 펼쳐온 영향도 있지만, 그동안 재무적투자자(FI)와의 갈등이 지속되는 특수한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최근 교보생명의 백기사로 일본 SBI홀딩스가 등장한 덕분에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은 신창재 회장의 숙원이기도 하다. 지주사 전환 계획을 공식 발표한 건 지난 2023년이지만, 신 회장이 지주사 전환에 대한 구상을 시작한 건 20년 전인 2005년부터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는 것보다는 이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교보 금융그룹을 구축하려는 게 최종 목표다. 교보생명은 2027년 초 금융지주사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다만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아직 남아있는 FI의 교보생명 지분 정리를 마무리해야 하고 향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신 회장 자녀들의 지분 확보 방안, 지주사 전환에 따른 자본관리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앞으로의 자사주 매입 계획 등 실무 단계에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사회에 지주사 전환 계획에 대한 보고는 이뤄진 상태고, 실무 단계에서의 준비가 완료된 이후 인적분할 이사회 결의, 주주총회 특별결의, 금융위원회 금융지주사 인가 승인, 지주사 설립등기 등의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건 SBI홀딩스 등장으로 7년 만에 풋옵션 분쟁이 마무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교보생명 지분을 주당 24만5000원(액면분할 전 기준)에 인수했던 FI들이 2018년 풋옵션을 주당 40만9000원에 행사하면서 갈등이 시작된 바 있다. 7년가량 이어진 분쟁은 최근 SBI홀딩스의 등장으로 마무리되기 시작했다. SBI홀딩스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지분 9.05%를 매입하면서다.

당초 분쟁을 벌여온 어피니티 컨소시엄 중 어피니티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했고, IMM 프라이빗에쿼티, EQT파트너스(전 베어링PEA)가 각각 5%가량의 지분을 들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에 앞서 남은 FI들이 엑시트할 수 있도록 적극 조율해야 한다. 이들의 지분율이 약 10% 수준으로 의결권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금융당국의 지주사 인가를 받기 위해선 주주와의 관계도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백기사인 SBI홀딩스가 향후 교보생명 지분을 20%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것도 남아있는 FI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포석이다. SBI홀딩스가 남은 FI들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면 지분율을 목표로 밝힌 20%대까지 늘릴 수 있게 되고, 교보생명은 분쟁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오는 2026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금액은 약 9000억원이다. 이와 관련해 교보생명은 자본 건전성 관리에 대한 시나리오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향후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 손해보험사, 캐피털사 등 추가적인 계열사 인수가 추진될 가능성이 큰 만큼, 지급여력비율(킥스·K-ICS) 등 자본건전성 관리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SBI저축은행 인수 후 지급여력비율 관리 수준 등이 모니터링 포인트라고 봤다. 한신평은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설립을 위해 보험 외 금융업 자회사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그룹 내 지배회사로서 자회사 인수 및 유상증자 등과 관련한 추가적인 자금소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향후 경영권 승계에 대한 방안도 고민해야 할 시기다. 현재 교보생명의 최대주주는 신 회장인데, 그의 자녀들은 교보생명 지분을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 신 회장의 장남 신중하 상무가 교보생명에서 근무 중이고, 차남인 신중현 실장은 교보라이프플래닛에 적을 두고 있다. 과거 신 회장은 부친의 지분을 상속받으며 18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주식으로 현물납부한 바 있다. 지분을 향후 한 번에 넘길 경우 증여세 등 부담이 커지는 만큼 이번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자녀들이 교보생명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가능성도 있다.

김헌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신 회장의) 지분이 일부 희석될 가능성이 있지만, 승계 구조를 지금 바로 마련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지금은 보험 지주사로 생존하는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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