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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프트웨어는 기계 덩어리를 움직이는 육법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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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5. 2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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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우리는 하드웨어(HW) 대 소프트웨어(SW) 구도가 70:1로 좌우 대칭이 안된 채 기형적으로 한 쪽만 기형적으로 성장했다. 절름발이 신세다. 반면 미국은 50:50으로 균형감이 뛰어나다. 중국이 딥시크를 만들면서 미국처럼 균형을 잘 잡아 나가고 있다.

그러면 왜 우리는 SW에 약할까. 컴퓨터를 국가조직에 비유한다면 국토, 건물, 도로, 자동차 같은 것이 HW에 속한다. 이런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구동시키는 법전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SW. 육법전서 격이다. 자동차에서 엔진 변속기 바퀴는 HW다. 반면 운전법은 실물이 없는 SW다. SW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머리 속에 숨어있다. PC에서 윈도즈가 안 보이듯이. 그래서 입항 통관이 없으므로 무관세 산업이다. HW란 기계 덩어리 혹은 실리콘 덩어리인 반면 SW는 질서정연하고도 유연한 법체계를 갖고 있다.

법이 영어로는 프로토콜(규범)인데 컴퓨터에서는 알고리즘(해법)이라 칭한다. HW에는 기억용 메모리칩과 계산용 비베모리칩, 이 두가지가 있다. 들어온 질문에 답을 주려면 기억칩과 계산칩이 상호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SW다. 기억칩에 있는 데이터(숫자 문자)를 계산칩으로 필요한대로 가져와 계산한 결과를 다시 기억칩으로 이전시키는 일련의 작업에 순서를 매겨주는 게 SW 역할이다.

HW(메모리 및 비메모리)는 제철소와 같은 거대 생산공장을 필요로 하는 점에서 첨단산업 중에서는 굴뚝산업에 속한다. 이에 비해 SW는 사무실만 있으면 되므로 두뇌산업으로 분류한다. 메모리에 비해 비메모리가 부가가치가 높고 또 비메모리에 비해 SW가 부가가치가 높다. 삼성은 비메모리를 주력해 오지 않았기에 역시 AI칩에도 주력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엔비디아에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SW는 양파 구조처럼 되어 있으나 반도체는 그렇지 않다. 반도체 구조는 접시쌓기식이다. 그래서 그릇쌓기 스택이라고 부르는 반면 SW구조는 양파껍질처럼 완벽하게 내포(보기에 따라 외포)되는 구조를 갖는다. 우리는 체질적으로 바깥껍질 쪽 SW에만 치중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왔다. 맨안쪽 SW를 엔진이라고 부르는데 그게 바로 윈도즈다. 그 위에서 돌아가는 SW는 데이터베이스 엔진, 이 둘 위에서 돌아가는 상층 SW는 모두 응용SW(앱)라고 총칭한다.

우리가 기초가 약한 이유는 안쪽, 즉 기초를 경시하는 까닭이다. 맨안쪽 핵심이 두뇌산업의 결정판이다. 그게 자동차에선 엔진이고 응용SW는 바퀴에 해당한다. 우리는 역사상 두뇌산업에 도전해 본 적이 없다. SW 일부인 AI도 두뇌산업이다. 4차산업혁명시대 핵심은 SW다. HW 굴뚝산업만으로는 이 물결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두뇌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을 잘 쓰고 잘 키워야 한다. 이 게임에서 우리는 이미 뒤쳐지고 있다. 어찌할 것인가.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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