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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차관 엘브리지 콜비 역시 저서 '거부전략'에서 한국이 자국 방어를 스스로 책임지고, 주한미군은 중국 억제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이 전 세계 미군과 함께 전장에 투입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일본이 대만 분쟁 시 자동 개입을 상정하고 대비하는 것과 대조되는 한국의 준비 부족을 비판하는 논조로 이어진다.
미국의 전략적 관점에서 주한미군은 단순히 북한 억지에 그치지 않고,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하는 최전선 기지로서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대만 유사시 한국의 미군 기지는 자동적으로 타격 대상이 되며, 이는 전쟁에 연루될 가능성을 높인다.
◇ 한미동맹의 과제와 한국의 전략적 선택
한미동맹은 북핵 억지뿐만 아니라 인태전략의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한국 내부에서는 미군 의존을 탈피하고 중국과 균형을 이루는 외교정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러한 시각 차이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중국의 노골적인 북한 편들기와 서해의 내해화 시도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특히, 중국이 서해안에 양어장 명목으로 구조물을 설치하고, 영해 설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서해를 사실상 내해화하려는 시도는 한국의 주권을 위협하고 있다. 2010년의 서해 훈련 당시 미군이 동해로 작전 지역을 변경한 사례는 한국의 주권 수호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으며, 중국은 이를 계기로 서해에 대한 실질적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상황을 '거리의 횡포(Tyranny of Distance)'를 극복하기 위한 미군 전진 배치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미국이 대만 유사시 대응하는 데는 시간이 주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중국이 대만에 상륙작전 시도 시 미국이 제공하는 미사일의 가용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리 도출됨은 시뮬레이션이 말해주고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는 대만 유사시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전진기지 역할에 있다. 그러나 미군의 이러한 역할 변화는 한국에 새로운 전략적 선택을 요구한다. 단순히 미군 주둔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자주국방을 통해 미군 전력 공백 시에도 독자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 한국의 전략적 대비 방향과 정책 제언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향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자주국방 역량 강화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와 미국의 인태전략 전환에 따라, 한국은 스스로 자국 방어를 책임질 수 있는 자주국방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은 말로만 떠드는 것이 아니라 군 장교단의 정예화, 군 간부들의 복무의욕 고취, 정치적 줄서기에서 벗어나서 본연의 임무를 정확히 수행할 준비, 그리고 군기강확립에서 비롯된다. 지금 거리를 활보하는 병사들이 모자를 제대로 쓰고다니는지 한번 보라. 복장은 군 기강의 외형적 상징을 뜻한다. 지휘관들은 자기 부하들이 부대와 군을 대표함을 정신교육부터 시켜야 한다. 전력 면에, 북한의 위협뿐만 아니라 중국의 서해 내해화 시도, 러시아의 군사적 지원 가능성에 대비한 해양 및 공군 전력의 증강이 필수적이다.
▲ 한미일 연합작전 체계 강화를 통한 억지력 확보
브런슨 사령관이 언급한 한미일 연합훈련의 장애물 제거는 단순한 훈련 확대를 넘어, 실질적 작전 수행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이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역할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군사협력 증진이 필요하다. 일본은 대만 유사시를 거의 기정사실로 상정하고 대비하고 있다.
▲ 중국의 서해 내해화 저지와 해양 주권 수호
중국의 양어장 설치와 영해 설정 시도는 단순한 경제적 활동이 아닌 서해 장악을 위한 장기적 전략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서해안의 군사적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한미연합 해군훈련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미군의 전략적 전진기지로서 한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한국은 주도적으로 서해 안보를 수호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 미국과 함정건조 협력 및 MRO 확대
미 해군장관이 우리나라 조선 산업 현장을 둘러보고 갔다. 미국 입장에서는 군함생산 능력과 속도면에서 우방인 우리와 협력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전화 통화 시에도 밝혔고 이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한미동맹의 변화는 한국의 안보 환경에 새로운 도전과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주력하면서 주한미군의 역할이 확장된 지금, 한국은 미군 의존에서 벗어나 자주국방을 실현하고, 한미일 협력을 극대화하며, 중국의 서해 내해화 시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을 준비해야 한다. 21세기의 한국은 더 이상 고정된 항공모함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라, 동북아의 안보와 평화를 선도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전략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은 동북아 정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를 위한 정치적 결단과 국방혁신이 시급히 요구된다. 국가이익과 국가전략과 국가안보전략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비할 능력을 가진 대통령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