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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하림, 인앤아웃 언급한 이유는…‘신선함’ 고집하는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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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5. 05. 23. 08:15

최근 전북 익산에서 진행된 하림 팸투어 현장에서 예상 밖의 이름 하나가 등장했습니다.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버거 체인인 '인앤아웃 버거(In-N-Out Burger)'입니다. 하림 관계자는 자사의 식품 생산 및 유통 시스템을 설명하던 중 이 브랜드를 직접 언급하며 "신선함을 위한 구조가 닮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앤아웃 버거는 프랜차이즈임에도 오랜 시간 전국 확장을 자제하고, 매장 수를 엄격히 제한해온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동부 등으로 점진적인 확장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물류 허브 반경 내에서만 재료를 공급받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며 유통 시간이 일정 수준을 넘는 지역에는 매장을 열지 않는 전략을 유지 중입니다. 핵심은 하나, 가장 신선한 재료로 만든 최고의 버거를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철학 때문입니다.

하림이 추구하는 철학도 이와 닮았습니다. 하림은 익산에 대규모 식품 복합단지를 조성하고 단순한 생산 공장을 넘어 '식사의 처음'을 설계하는 주방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닭고기 중심의 '육계 기업'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생산부터 물류·최종 배송까지 하나의 동선 안에서 통합 관리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입니다.

이 구조의 핵심에는 FBH(Fullfillment by Harim)가 있는데요, 퍼스트키친에서 생산된 제품은 자동 컨베이어를 따라 곧바로 물류센터로 이동하고 내부에서 직접 제작한 포장 박스에 담겨 출하됩니다. 하림은 제품의 특성에 맞게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가변형 멀티박스를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박스는 스티로폼 재질로 가볍고 내부 칸막이를 통해 냉장·냉동·상온 제품을 하나의 박스에 함께 담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네요.

FBH 내부에선 포장 박스뿐 아니라 드라이아이스·아이스팩·완충재 같은 주요 포장 자재도 모두 직접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림은 포장 시스템을 내재화함으로써 유통 시간을 줄이고 물류비를 절감하며, 확보한 효율은 다시 식품 품질 향상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림 관계자는 "신선함은 결국 거리와 시간에서 나온다. 우리는 그 두 요소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며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제품의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자 한다고 합니다.

하림은 FBH와 퍼스트키친을 포함한 식품 복합단지 조성에 약 15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더 멀리 보내기보다는 더 빠르게 고객에게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림이 인앤아웃 버거를 언급한 이유는 단순히 시스템이 닮아서만은 아닙니다. 하림이 말하는 '닮음'은 철학에 더 가깝습니다. 식재료는 살아 있는 재료이며 시간이 지나면 그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 이 진리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기업만이 품질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하림의 전략 전반에 녹아 있다고 하네요.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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