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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34년 전 간절함을 담았습니다”…교촌치킨, 초심으로 재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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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영 기자

승인 : 2025. 06. 23. 14:23

1991년 '교촌통닭' 간판 내건 그곳
'초심'을 되새긴 문화거리 조성
구미시와 함께 지역 상생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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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송정동에 위치한 교촌치킨 1호점. 1991년 권원강 현 교촌F&B 회장이 '교촌통닭'을 열었던 바로 그 위치에 있다./ 차세영 기자
"택시 운전으로 모은 종잣돈으로 34년 전 이곳에 '교촌 통닭'을 열었습니다. 그때의 초심을 되새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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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는 교촌치킨 1호점의 헤리티지를 'K-치킨의 고향'으로 스토리텔링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 구미 최초의 명예도로명 '교촌1991로'를 부여하며 지역 기업의 역사와 가치를 존중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구미 시외버스터미널부터 동아백화점 앞까지 이어지는 약 500m 구간에 조성돼 있다./ 차세영 기자
19일 오전 경북 구미시 송정동. 오래된 아파트와 버스 승강장이 공존하는 거리에 작은 치킨집이 발길을 붙잡았다. '교촌치킨 1호점'. 1991년 택시 운전으로 모은 돈으로 권원강 회장이 '교촌통닭' 간판을 걸었다던 바로 그곳이다. 34년이 흐른 지금, 교촌은 이곳을 '초심'을 되새기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최근 이 일대는 '교촌1991로'라는 이름의 문화 거리로 탈바꿈했다. 교촌의 초심을 되새김과 동시에 지역 활성화를 이루고자 구미시와 교촌F&B가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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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배달차 조형물은 교촌치킨 창업주 권원강 회장이 고객들에게 최상의 제품을 전달하기 위해 한 여름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배달하던 진심과 정성을 상징한다./ 차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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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교촌이 조성한 벤치에 앉아 있다. 교촌은 구미 시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거리 곳곳에 벤치를 설치했다./ 차세영 기자
거리 곳곳에는 교촌의 역사가 녹아 있었다. 치킨 배달 중에도 바삭함을 유지하기 위해 배달차 문을 닫고 운행했다는 옛 일화를 형상화한 조형물, 창업 당시 사용했던 전화부스를 모티프로 만든 체험존 등 교촌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코스가 이어졌다. 지역주민들이 쉼터로 삼을 수 있는 벤치와 조경, '치맥'을 테마로 한 공원까지 함께였다.

교촌은 1호점 리뉴얼도 진행했다. 강창동 교촌F&B 커뮤니케이션부문장은 "이곳 1호점은 교촌 임직원들에게도 매우 의미있는 장소다. 지금까지 교촌이 걸어온 역사를 공유하고자 리뉴얼을 진행했다"며 "오랫동안 구미의 명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매장 곳곳에는 강 회장의 친필 글씨, 교촌 역사를 담은 책 등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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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 치킨 1호점 내부. 교촌의 역사와 권원강 회장의 손글씨 등이 전시돼 있다./ 차세영 기자
인상적인 건 이 거리에 투입된 노력이다. 약 1년의 기간 교촌과 구미시는 디자인 심의를 여는 등 수차례 협의를 거쳤다. 약 18억원 규모의 비용 중 교촌과 구미시는 각각 13억과 5억을 부담했다. 교촌 관계자는 "1호점은 매출보다는 교촌이란 브랜드의 가치를 담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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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있는 튀김은 구미산 양파를 활용했다. 교촌치킨은 1호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특화 메뉴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차세영 기자
1호점만의 특화 메뉴도 판매 중이다. 교촌의 시그니처인 '소스 붓질'을 포함해 구미산 양파를 활용한 튀김, 치룽지 세트 등은 1호점에서만 맛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교촌이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치킨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진 지금 교촌은 오히려 원점으로 돌아가 정체성을 다듬고 '초심'이란 이름 아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34년 전 처음 문을 열었던 그 자리에 여전히 1호점이 있다는 사실은 이 거리에 의미를 더한다. 치킨 한 마리에서 시작된 브랜드가 흔들림 없이 버틸 수 있었던 초심을 기반으로 교촌은 다음 도약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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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거리로 조성된 '교촌1991' 도로 표지판. 다른 표지판들과 다르게 갈색이다./ 차세영 기자
차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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