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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탁, 여의도 일대 재건축서 잇단 ‘잡음’…전문성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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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준 기자

승인 : 2025. 07. 08. 18:10

공작 소유주 "주민 의견 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설계 변경"
KB "운영위와 충분한 논의" vs 공작 "운영위 전원 해임하라"
한양·대교서도 주민 반발 전례…대교, 조합 방식으로 선회
여의도 공작아파트
여의도 공작아파트 소유주들로 구성된 '공작아파트 재건축 정상화 추진모임'이 8일 여의도 KB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KB부동산신탁의 시행 전문성 논란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독자 제공
KB부동산신탁(이하 KB신탁)이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시행을 맡은 재건축 단지에서 잇따라 소유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소통 부족과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분양 수익의 약 2~4%가 수수료로 책정되는 구조인 만큼, 정비사업운영위원회 구성이나 설계 변경 과정에 불만을 제기하는 소유주들이 적지 않다.

8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공작아파트 일부 소유주들은 최근 '공작아파트 재건축 정상화 추진모임'(이하 공정추)을 꾸리고, 여의도 KB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KB신탁의 밀실행정 규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KB신탁이 지난해 11월 영등포구청에 제출한 도시계획 통합심의안이 기존 설계안보다 전용면적 85㎡ 초과 평형을 191가구에서 124가구로 줄이고, 커뮤니티 면적과 주차대수도 축소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공정추 측은 "전체 소유주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KB신탁과 정비사업운영위원회가 독단적으로 설계를 변경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5월 13일과 20일에는 주민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전달했고, 그 결과 KB신탁이 설계를 일부 수정해 소형 평형 비율을 기존 80%에서 63%로, 대형 평형 비율은 20%에서 37%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존 설계안과 차이가 남아 있고, 무엇보다 사전 동의 없는 설계 변경이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주민들의 반감이 가시질 않고 있다.

KB신탁은 이에 대해 "정비사업운영위원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설계를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공정추는 운영위원 전원 해임을 요구하며, 이를 전체회의 단독 안건으로 상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소유주 89명의 서명부를 KB신탁 측에 전달한 상태다.

또 KB신탁은 "통합심의(안)관련 민원에 대해 토지등소유자 의견을 반영하고자 간담회 및 주민설명회를 직접 열고 제약사항 및 변경경과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며 "이 설명회는 관련 자료 유튜브 방영 및 영상 업로드를 통해 참석이 어려운 분들에게도 최대한 안내토록 조치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추가적인 소유자 재건축 선호도 조사를 현재 진행해 이를 바탕으로 오는 26일 열릴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에서 주민 의견을 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공정추는 이 같은 KB신탁의 계획에 대해 "현재까지 전체회의와 관련해 별도 안건 없이 공지만 받은 상태"라며 "KB신탁이 진행하고 있는 재건축 선호도 조사는 소유자 인증 절차 없이도 진행 가능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어 "운영위원 해임 요구가 반드시 안건으로 상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비사업운영위원회는 법적으로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에서 설치·구성하는 조직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신탁사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주민 의견이 배제되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앞서 KB신탁은 인근 한양아파트에서도 시행 능력을 둘러싼 전문성 논란을 겪은 바 있다. 2023년, 부지 매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단지 내 상가(현 롯데마트) 부지를 사업 부지에 포함해 설계에 반영했다가 서울시와 영등포구청으로부터 시정 지시를 받았다. 이후 정비계획 공람안도 일부 변경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총 가구 수는 956가구에서 999가구로 늘었지만, 일반분양은 847가구에서 835가구로 줄고, 임대주택은 109가구에서 164가구로 늘어난 점이 논란이 됐다. 이는 올해 5월 일부 소유주들이 정비사업운영위원회 임원 연임을 반대한 배경이기도 하다.

대교아파트 사업에서도 잡음이 있었다. KB신탁은 2017년 5월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를 통해 신탁사로 선정됐지만, 이듬해 제시한 계약서에 '자금 조달에 따른 이율은 수탁자 내부 규정에 따른다'는 조항이 포함돼 소유주들의 반발을 샀다. 이자율을 신탁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구조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결국 2023년 말 해당 단지는 조합 창립총회를 열고 조합 방식으로 전환했다.

KB신탁이 시행을 맡은 여의도 내 복수 단지에서 유사한 논란이 반복되면서, 정비업계에선 신탁방식 정비사업 전반에 대한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 방식의 비리나 공사비 증액 갈등 등으로 신탁 방식이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준공·입주·청산까지 완료된 사례가 없어 소유주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가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신탁사가 투명한 소통과 절차 준수를 통해 주민들 간 신뢰를 쌓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KB신탁 관계자는 "당사가 추진하고 있는 현장들은 전문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초기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사업비의 안정적인 조달을 기대하고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채택한 현장"이라며 "사업시행자로서 법적·절차적 근거에 입각해 주민들과 소통을 지속하며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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