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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동 이어 에너지까지… “기업 첩첩 규제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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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9. 09. 00:00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및 정부조직 개편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
여당과 정부가 7일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 방안'에 대해 여러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산업 정책을 환경부로 이관해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만드는 안은 후유증이 클 '하책(下策)'이라고 하겠다. 개편안에 따르면 화석 연료를 제외한 원전·재생에너지 산업 정책과 전력 산업 전반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다룬다. 환경부는 오염물질의 배출을 줄여 기후위기를 완화하는 데 목적을 둔 '규제 부서'이다.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확충을 목적으로 하는 에너지 정책을 환경부 소속으로 하는 건 환경 규제의 시각에서 에너지 정책을 펴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궁극적으로 원자력 발전 등 에너지 진흥 정책은 뒷전으로 밀릴 것이다.

원전 정책이 우선 문제다. 세계적으로 다시 원전 붐이 일고 있지만 정부 기조가 탈(脫)원전까지는 아니라도 '감(減)원전'으로 갈 가능성은 매우 높다. 생산 단가가 높은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 등으로 전기·가스 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원전 발전량도 줄이면 전기 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다.

에너지정책의 환경부 이전은 뒤처진 인공지능(AI)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는 정부 방침과도 상충된다. 이재명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AI 발전을 위해서는 데이터센터, 첨단 송전망 등 막대한 전력 인프라가 필수인데, 원전 비중을 줄이면서 재생에너지 확대로 이를 충족시키겠느냐는 것이다.

기후 대응에 초점을 맞추다 에너지의 국가안보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경고도 흘려들을 게 아니다. 독일은 2021년 산업·에너지·기후를 합친 부처를 출범시켰다가 에너지·기후 비용이 급격하게 오르자 올 5월 기후 분야를 환경부로 넘기고 경제에너지부를 떼어냈다. 영국도 2016년 산업과 에너지, 탄소중립을 하나로 묶어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를 꾸렸다가 2023년 다시 원대 복귀시켰다.

업계에서는 한미 관세협상으로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으로 대표되는 노동 규제에 이어 에너지, 환경 규제까지 맞닥뜨리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26년간 환경단체에 몸담아 온 기후활동가인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을 대통령실 기후환경에너지 비서관으로 임명할 때부터 우려됐던 게 현실화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서 야당과 시민사회의 강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행정안전부로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이어 중대범죄수사청까지 모은 것도 수사권력 간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많은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정부 조직개편을 놓고 오래 고심했다고 하지만 결국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주장하는 안으로 모두 귀결됐다. 정치 논리를 등에 업은 여당의 폭주를 정부가 제어하지 못하는 게 근본 문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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