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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잿더미 위 천막 하나…임시거처 지원 종료 이후 구룡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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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승인 : 2026. 02. 26. 18:12

지난 23일로 임시거처 지원 종료
잿더미 위에 천막 치고 노숙
마을회관에 모여 지내기도
간이 건물 평상 위에서 자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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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임시거처 지원 종료 이후 주민들이 잿더미 위에 천막을 설치해 살고 있다. /김태훈 기자
"뭐 어떡해, 여기서 자야지."

25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이재민 김순금씨(86)는 어깨에 짐보따리를 멘 채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향하는 곳은 구룡마을 안쪽 공터. 잿더미 위에 세워진 파란색 천막이었다. 천막은 옆면이 뚫려 있어 바람을 막기에 턱없이 허술해 보였다. 그 곳에는 지난달 16일 발생한 화재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붕이 내려앉은 집터, 까맣게 탄 벽, 반쯤 녹아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생활용품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김씨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지팡이 끝이 잔해를 건드리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김씨는 "여기서 몇십 년을 살았어. 다 타버렸어도 결국 올 데는 여기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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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임시거처 지원 종료 이후 사람들이 간이 건물에 평상을 두고 모여 밤을 지내고 있다. /김태훈 기자
지난 23일부로 구룡마을 이재민에 대한 임시거처 지원이 종료됐다. 이후 이재민 180여명 중 일부는 다시 마을로 돌아와 잿더미 위에 천막을 쳤다. 지낼 곳이 없기 때문이다. 마을 회관도 이재민들로 가득 찼다. 몇몇은 비닐하우스처럼 덮개를 씌운 임시 시설 안에 평상을 놓고 지내는 모습도 보였다.

식대 지원도 함께 끊겼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마을 회관 옆 자체적으로 설치한 임시 급식소 앞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한 끼에 80인분가량이 준비된다. 주민들은 말없이 줄을 서서 음식을 받아 들었다. 그릇을 든 채 흩어지는 발걸음도 제각각이었다. 누군가는 천막 앞에 쪼그려 앉아 먹었고 누군가는 회관 벽에 기대서서 식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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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6지구. 중장비가 들어와 평탄화 작업을 하고 그 위를 방수포로 덮었다. /김태훈 기자
마을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보였다. 지난 24일부터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중장비를 투입해 평탄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주민들은 날씨가 풀리면 잿더미 속에 들어가 본인 물건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지금은 그 길이 막혔다. 이재민 백수현씨(66)는 중장비가 지나간 쪽을 가리키며 "우리 물건이 아직 안에 있는데 기계부터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것이라도 건질 기회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구룡마을 6지구 일대에는 이미 파란색 방수포가 넓게 덮여 불에 탄 흔적을 가리고 있었다.

SH는 구룡마을 주민들을 임대주택으로 이주시킬 계획이다. SH는 이들에게 보증금 전액 면제와 임대료 60% 감면을 내걸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선뜻 짐을 싸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일부 주민은 당장의 월세 부담과 재개발로 평생 살아온 터전을 완전히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이야기한다. 특별 분양권 부여나 부지를 원가에 매입해 직접 집을 지어 살게 해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하지만 SH는 무허가 건축물 거주자에게 분양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룡마을 일대는 현재 3739세대 규모의 주거 단지 재개발이 추진 중이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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