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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국에서 외국으로’ 간첩법 개정…국정원 역할 재조정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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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기자

승인 : 2026. 02. 26. 19:00

간첩법 개정안 국회 통과
간첩 적용 범위 '외국'으로 확대
국정원 '방첩' 역량 확대 주목
정보·수사기관 기싸움 우려도
국정원 원훈석
국가정보원 전경. /국정원
형법 제98조(간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간첩의 적용 대상이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된다. 간첩을 '주적' 북한에만 한정하던 이전 기준에서 벗어나 '우방국'을 포함한 전세계 국가들의 첩보 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의미다. 이에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긴 이후 위축됐던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방첩' 역량이 전방위적으로 재조정될 전망이다.

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고 간첩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외국 등을 위한 간첩 행위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간첩한 자'만 명시돼 모호했던 기준 역시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자'로 명확해졌다.

1953년 법 제정 후 73년간 간첩법은 오직 북한만을 겨냥해 왔다. 외국인이 간첩에 준하는 행위를 하거나 내국인이 외국에 국가 기밀, 핵심 기술을 유출해도 간첩 혐의를 적용할 법적 근거가 없었던 탓이다. 이에 '간첩 하기 좋은 나라'라는 오명까지 생겼다. 2024년 정보사령부 '블랙요원'과 휴민트들의 신상 등을 중국 조선족 해커들에게 유출한 군무원에게 일반이적 혐의만 적용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산 해군기지·미국 항공모함 등을 드론으로 무단 촬영한 중국인들 역시 '외국'이라는 이유로 간첩 혐의를 받지 않았다.

관심은 국정원으로 쏠린다. 국정원은 2024년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 안보 기능이 약화됐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간첩법 적용 대상이 크게 늘며 국정원의 방첩 역량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신병 확보'가 핵심인 일반 형사 사건과 달리 첩보를 수집하고 검증하는 '공작'이 핵심인 간첩 사건의 특성상 국정원이 수사 여부를 결정짓는 '게이트키퍼(Gatekeeper)'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국정원이 확보한 첩보가 경찰 수사로 즉시 연계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명분이 생긴 만큼, 간첩 수사의 정보 수집부터 기소에 이르기까지 국정원의 존재감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국내외 정보망을 쥐고 있는 국정원과 수사권을 가진 경찰 사이 '알력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은 대공 수사력 강화를 위해 2024년 안보수사국 내 '안보분석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국정원 방첩국장을 지낸 배정석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 교수는 "방첩의 핵심은 정보 활동으로, 수사기관이 아닌 정보기관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며 "정보 수집을 맡은 국정원과 수사를 담당할 경찰 사이 유기적인 협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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