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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AP통신과 알자지라등에 따르면 이날 스리랑카 선거관리위원회는 제9대 대통령 선거 종료 후 2차 집계를 진행 중이다.
스리랑카에선 전날 투표에서 유권자 1700만여명 중 약 76%가 투표했다. 스리랑카에선 유권자들이 최대 3명까지 순위를 매겨 투표용지에 기표할 수 있다. 최종 개표 결과 50% 이상 득표한 후보가 남기지 않으면 선관위는 상위 1·2위 후보를 남긴 채 나머지 후보들을 탈락시킨다. 이후 별도의 결선 투표 진행 없이 탈락 후보가 첫 번째 선호 후보로 기표된 투표용지들에 적힌 2위나 3위 선호 후보 중 상위 1위·2위 후보의 이름이 있으면 이를 합산해 당선인을 결정한다.
이날 개표결과 아누라 디사나야케 인민해방전선(JVP) 대표(55)가 39.5%를 득표해 선두를 차지했다. 중도 성향인 제1야당 국민의힘연합(SJB)의 사지트 프레마다사 대표(57)가 34%로 2위를 차지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라닐 위크레메싱게 현 대통령(75)은 3위에 그쳤다.
앞서 스리랑카에선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 국가부도를 선언한 후 국민들에 의해 축출돼 외국으로 도피했다. 그가 임명한 라닐 위크레메싱게 당시 총리가 그해 7월 헌법에 따라 대통령으로 선출돼 잔여 임기를 채웠다.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9억달러(약 4조원) 상당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지원을 확보하고 채무 재조정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면서 IMF의 요구에 따라 증세와 에너지 보조금 폐지 등 정책을 펼쳤다.
이번 대선은 스리랑카가 국가부도를 선언한지 2년 만에 처음으로 치르는 대통령 선거다. 라닐 위크레메싱게 현 정부에 대한 재신임과 심판의 성격이 강한 만큼 모든 후보가 경제 회복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1위와 2위를 달리고 있는 디사나야케와 프레마다사 모두 IMF와의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디사나야케는 국가 개입 강화·세금 인하·폐쇄적인 시장 경제 정책을 지지해 온 마르크스주의·좌파 연합인 인민해방전선을 이끌고 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강력한 부패 방지 대책과 빈곤층에 친화적인 정책을 공약했다. 자신을 "변화의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는 그는 집권 후 45일 내로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최종 당선될 경우 스리랑카는 최초의 마르크스주의 성향 대통령을 맞이하게 된다.
중도 성향인 제1야당 국민의힘연합을 이끌고 있는 프레마다사는 타밀 분리주의자들의 자살 폭탄 테러로 임기 중 사망한 라나싱헤 프레마다사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지난 2019년 대선에 출마했으나 고타바야 라자팍사에게 패배해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프레마다사는 개입주의와 자유시장 경제 정책의 혼합을 선호하고 있다.그는 중도 좌파 성향인 자신의 정당과 함께 IMF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스리랑카에선 전날 투표가 끝난 뒤 오후 10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전국에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스리랑카 정부는 폭력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만일의 혼란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아직 패배를 인정한 후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