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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진출 갈림길 선 김혜성과 20년 전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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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25. 01. 03. 16:48

김혜성, 4일 오전 7시 미국진출 데드라인
오퍼 있으나 조건 만족스럽지 못해
2000년대 이승엽과 유사한 케이스로 분석
수비형 내야수의 한계 극복해야
'제가 끝냈습니다'<YONHAP NO-3208>
김혜성이 끝내기 홈런을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김도영(21·KIA 타이거즈)이 프로야구를 집어삼키기 전 국내타자 중 가장 기량이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던 김혜성(25·키움 히어로즈)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기로에 섰다.

지난 12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에 들어간 김혜성은 한국시간 4일 오전 7시까지 계약을 맺지 못하면 다가올 11월까지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릴 수 없게 된다.

당초 김혜성은 미국 현지 매체에서 3년 2800만 달러(약 411억원)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김하성(29)보다 높은 평가를 받으며 호기롭게 메이저리그 시장에 명함을 내밀었지만 이제껏 새 팀을 찾지 못했다. 12월 말 조용히 귀국한 김혜성에 대해 야구계에서는 "2~3구단에서 오퍼를 받았으나 조건이 만족스럽지 못해 결정을 망설이는 중"이라는 얘기가 전해진다.

어떤 식이든 키움 선배 김하성이나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처럼 호조건에 계약이 성사되기는 힘들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만약 김혜성이 실패하거나 대우가 좋지 않다면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동안 좋은 평가를 받던 한국프로야구 출신 최고타자의 가치가 과거 2003년 수준으로 회귀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3년은 미국에서 한국야구를 마이너리그 더블A 급으로 평가하던 시기이다.

2000년대 초 한 시즌 홈런 56개를 치며 전성기를 달리는 이승엽은 미국 진출을 타진했다. 그러나 LA 다저스로부터 마이너리그 스플릿 계약을 제시받는 데 그쳤다. 결국 이승엽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2002년 시카고 컵스,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초청 선수로 참가한 것이 전부로 남게 됐다. 이승엽은 컵스 소속 시범경기 7경기에서 홈런 2개, 이듬해 플로리다에서도 홈런 2개를 터뜨렸다.

이승엽은 장타력 등 방망이 실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지만 수비가 문제였다. 사실상 1루수밖에 소화를 하지 못해 메이저리그 구단들 입장에서 방망이 하나만 믿기에는 위험부담이 컸던 케이스다.

김혜성은 반대다. 수비와 운동 능력만큼은 빅리그에서도 수준급이라는 현지 평가가 잇따르지만 장타력이 낙제점에 가깝다. 당연히 기대만큼의 오퍼는 없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김혜성은 프로야구 통산 타율 0.304를 기록할 정도로 컨택 능력이 있다. 하지만 8시즌 동안 홈런은 37개에 그쳤다.

수비형 전천후 내야수라는 점에서 다저스의 미겔 로하스와 비교하는 현지 전문가들도 있다. 빠른 발과 컨택 능력, 폭넓은 수비력 등을 잘만 활용하면 미래 로하스만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좌타자 내야수인 김혜성은 분명히 매력을 지닌 선수이다. 김혜성에게 관심을 보이는 구단 중 하나로 꼽히는 마이애미 말린스 쪽에서는 "한국 타자들에게는 공격력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공격력은 덤으로 생각하고 다른 장점들을 봐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는데 이는 2025년 한국야구가 처한 현실을 방증하는 씁쓸한 대목으로도 읽힌다. 그동안 좋은 대우를 받고 태평양을 건넌 한국 타자 중에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할 만한 선수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 실정이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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