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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문화정책, 급할수록 돌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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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4. 03. 13:26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체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공연예술진흥 기본계획'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체부
전혜원
요즘 문화체육관광부가 독단적인 문화 정책을 졸속으로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 국립국악원장 선임, 예술의전당 전속단체 설립 등 내놓는 정책마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체부는 지역 문화 균형 발전을 위해 국립예술단체와 기관의 지역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첫 타자는 서울예술단으로, 내년 광주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국립예술단체를 지방으로 보내는 것이 과연 그 방법이 될 수 있는지, 또한 얼마나 효율적일지는 의문이다.

서울예술단의 광주 이전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에는 5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서울예술단을 포함한 국립예술단체 다수는 수도권 중심의 관객 기반과 협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지방으로 이전될 경우 유료 관객 비율 확보 및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 마련에 대한 현실적인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연출, 음악, 안무 등 다양한 제작 인력의 외부 협력 체계가 필요한 장르들은 지방 이전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 및 제작 효율성 저하 가능성 역시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단원들의 거주 이전과 생활환경 변화, 지역 예술단체와의 형평성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다. 이는 비단 서울예술단만의 문제가 아니며, 다른 국립예술단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발표가 사전 논의나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됐다는 데 있다.

국립국악원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국악계의 반발이 크다. 올초 인사혁신처가 추린 신임 원장 후보 3명 중 문체부 고위공무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악계는 행정직 공무원이 국악원장에 임명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국악계와 수차례 간담회를 통해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면서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유 장관이 만나야 할 사람들은 국립국악원 전임 원장 등으로 꾸려진 국악계 현안 비상대책협의회 관계자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과의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간담회가 그저 명분을 위한 자리가 아님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예술의전당 산하 전속 오페라단, 발레단, 오케스트라를 만들겠다는 유 장관의 발표도 예술계에 혼란을 초래했다. 사전 논의 없이 갑작스레 발표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극장 안에 전속단체가 없어서 극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극장이라는 인프라 자체가 부족한 점을 지적한다. 예술의전당 대관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속 단체 설립보다 중요한 건 극장이라는 하드웨어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준비되지 않은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책이 시행되면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해 당사자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면 안 될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급히 서둘러서는 안 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충분한 공론화 과정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후에 추진돼야 할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예술계 혼란이 초래될 것이고, 그러한 혼란은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신중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을 다시 한 번 되새길 때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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