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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첨예화된 시위에 총리 사퇴…정치적 위기 아닌 기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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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민 기자

승인 : 2019. 12. 02. 14:32

관료들, '친이란 vs 친미' 정치향방 고심
분석가들 "외압에 휘둘리지 않는 정부 구성할 기회"
Iraq Protests <YONHAP NO-0712> (AP)
1일(현지시간) 이라크 반정부 시위대가 바그다드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있다. 이라크 의회는 이날 아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의 사임을 가결했다./AP 연합
두 달째 지속 중인 반정부 시위에 아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가 1일(현지시간) 결국 옷을 벗었다. 1년 전 경제개혁을 앞세워 취임한 친이란 시아파 정권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향후 정치 구도를 놓고 권력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압둘 마흐디 총리의 사임이 이라크의 새로운 정치적 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그다드 타흐리르 광장에 집결한 수천명의 반정부 시위대는 새로운 선거법과 정파에 따른 정권 분열의 종식을 요구하고 있다.

WP는 심각한 경제난 탓에 촉발된 이번 소요 사태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이라크 정치 질서에 불어 닥친 가장 큰 위기라고 진단했다. 이라크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만 약 43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관료들은 1년 전 압둘 마흐디 총리 임명에 관여한 이란과 선거제 개혁 및 조기총선을 요구하는 미국 사이에서 정치적 향방을 고심하고 있다. 총리사임을 놓고 정치 분석가들이 당국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기회를 제공했다고 바라보는 배경이다. 아흐메드 알 마야리 이라크 정치분석가는 “이라크는 외압에 휘둘리지 않는 강력한 정부를 구성할 역사적 기회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는 지난 2003년 수니파 출신인 사담 후세인이 미국 침공으로 피살된 후 시아파가 장기집권하고 있다. 2011년 미군 철수에 따라 친미파에서 친이란파로 주요 세력이 교체됐으나 외부 세력의 개입이 꾸준히 이어졌던 상황이다.
총리 퇴진을 앞두고 시아파 주요 양당에서도 분열이 일었다. 이라크 제1당 당수이자 민병대 수장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는 지난달 총리의 불신임 투표를 지지하지 않는 친이란 제2당 당수 하디 알 아미리와 다시는 정치적 합의를 위해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시위대 역시 이란이 내정간섭을 멈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카르발라 등지에서도 시위대가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포스터를 불태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야리는 “이란 지렛대의 힘이 시위 이전의 수준이 아니다”며 친이란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더 이상 자유롭지 않음을 시사했다.

후세인 알 이카비 국회 법사위원회 의원은 “가장 좋은 해결책은 시위대의 승인을 받은 차기 총리를 모든 정치 파벌이 동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국민의 이익과 이 혁명을 최우선으로 해 부패와 싸워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정치 엘리트 집단에 정치적 자살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기 정부 선출 때까지 현 정부는 권한을 유지한다. 의원내각제를 택한 이라크 헌법상 바르함 살리흐 대통령이 의회의 다수파와 협의해 새 총리 후보를 지명할 것으로 보여 향후 몇 주 간은 정쟁이 불가피하다.

성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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