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 위험은 어떻게 오는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2.asiatoday.co.kr/kn/view.php?key=20220616010008936

글자크기

닫기

장수영 기자

승인 : 2022. 06. 16. 17:05

장수영
“당신은 어떻게 파산했어요?” “두 가지 방법으로…서서히 그러다 갑자기.”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인간의 실패에 대해 이렇게 통찰했다. 실패를 경험한 대부분의 사람은 뒤늦게 결과가 예측 가능했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주식 투자도 다르지 않다.

곳곳에서 투자자를 향한 경고등이 켜지고 있지만 ‘빚투’는 여전하다. 현재 신용융자 잔고는 21조원을 넘는다. 지난해 2월 코스피가 3000포인트를 웃돌던 시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번 늘어난 신용융자 잔고는 이전 수준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있다. 그 사이 반대매매 위험은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반대매매는 넉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상승장을 경험한 투자자들은 겁내지 않는다. 오히려 ‘한탕’을 노린 레버리지 투자에 적극적이다. 개인투자자는 올해 들어 ‘KODEX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1조원 넘게 베팅했다.

빚투로 시세 차익을 내면 다행이지만 현재 시장은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는 그 사정이 더욱 좋지 않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언젠간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빚투도 망설이지 않는다.
위험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가온다. 당장 큰 손해가 피부로 와 닿진 않지만 최근 같은 증시 급락에는 부담이 커지기 마련이다. 미수거래 투자자들은 투자 원금 이상으로 거래해 주가가 하락하면 일반 거래보다 더 큰 손실을 본다. 자칫 보유 주식을 다 팔아도 빌린 돈을 다 갚지 못하는 ‘깡통 계좌’가 나올 수도 있다.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가속화하는 것도 위험요소다. 이달 들어 증권사들이 이미 일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인상했지만, 국내 기준금리도 지속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신용융자 이율도 더욱 상승할 수 있다.

주식시장의 유동성이 급격히 축소되고 변동성은 커지고 있다. 과거 경험으로 보면 변동장세 최후, 최대 피해자는 개미였다. 예측 불허의 상황에서 과감한 베팅은 용기가 아닌 무모함이다.
장수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